[사설]反원전단체, 공청회 몸으로 막지 말고 참석해 토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3일 03시 00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놓고 정부가 그제 개최한 공청회가 반(反)원전 단체들의 반발로 난장판이 됐다. 이번 계획에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지금보다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의 회원들은 공청회 시작 전에 단상을 점거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공청회 도중 ‘원전 반대’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꺼내 기습 시위를 했다.

공청회는 정책을 전환하거나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을 때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리는 법적 절차다. 공청회의 파행이 거듭되는 것은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관련 공청회는 거의 매번 싸움터로 변한다. 일반고 육성을 위한 공청회도 무산됐다. 서비스업 진입 규제 완화를 위한 공청회장은 안경사와 이·미용사들에게 점거됐다.

단체나 개인이 정부 정책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반대 여론을 모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공청회를 막으면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모든 에너지의 생산방식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가스 에너지는 편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석탄 에너지는 값이 싼 대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원자력발전은 값이 싸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환경단체들이 지지하는 신재생 에너지는 경제성이 없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을 거쳐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토론이 완력과 소음에 눌리는 사태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에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원전 비중을 현행 26%에서 2035년까지 29%로 늘리는 이번 계획은 5년 전 마련한 1차 계획의 목표 41%에 비하면 후퇴한 것이다. 앞으로 전력 수요는 해마다 평균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의 발전 단가는 액화천연가스의 3분의 1, 탄소 배출은 석탄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원전 계획이 축소되면 전기요금 인상, 산업경쟁력 약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원전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통보하는 방식은 더이상 안 된다.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것인지 널리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 지역에는 다각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공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공청회만 갖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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