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박스] “가끔은 쉬어가도 좋아”… 소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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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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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만큼 빛바랜 헌책방서 꽃피는 사랑
그들은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 헌책방 거리 진보초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도쿄의 진보초를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헌책방 거리입니다. 우리로 보자면 서울 청계천의 헌책방 거리 쯤 된다고 할까요? 물론 규모도 크고 진귀한 책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빛바랜 헌책처럼 느릿느릿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시계를 그닥 쳐다보지 않고 머리엔 느긋한 상상을 그리며 살고 있지요.

여기 헌책방 거리 진보초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l 서혜영 옮김 l 블루엘리펀트 펴냄)이라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소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보초에서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고 페이소스 넘치는 필치로 그리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푸근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쳐간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2009년 ‘제3회 치요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눈에 좀 익으시죠? 그렇습니다. 2010년 휴가 아사코 감독이 동명의 여오하로 만들어져 진보초와 헌책을 사랑하는 20,30대 일본 여성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죠.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같은 직장에 다니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것을 알게 된 여주인공이 히키코모리가 되고, 우연히 삼촌의 연락을 받아 진보초 중고서적점 2층에 얹혀 살게되면서 인생이 변화하는 과정을 달달하게 그렸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 하죠?

소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두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표제작인 단편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과 두 번 째 단편인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 번째 단편인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주인공인 다카코가 1년 간 사귄 남자친구인 히데아키로부터 결혼한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회사도 그만둔 다카코, 그녀에게 어느 날 외삼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진보초에서 모리사키 서점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외삼촌은 다카코에게 서점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그곳에서 다카코는 오래된 책들과 ‘놀멘놀멘’ 살아가는 헌책방 거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실연의 상처를 치유해 갑니다.

두 번째 단편인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1년 후의 이야기들입니다. 5년 전 갑자기 집을 나간 외숙모가 돌아오면서 베일에 쌓여있던 그녀의 과거가 하나 둘 밝혀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카코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역시 실연의 최고의 약은 새로운 사랑인가 봅니다) 그녀는 이 사랑의 오작교를 건널 수 있을까요?

● 사랑도 삶도 가끔은 조금씩 쉬어가는 것도 좋지!

출판사에서 뽑은 책 속의 한 줄은 이렇습니다. ‘나는 맛난 음식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한 권 한권 읽어나갔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아무리 읽어도 책이 떨어질 걱정도 없었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는 자신의 마음에 거리끼는 게 없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있을 장소야.’ ‘응어리를 남겨놓은 채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의 짧은 휴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린 것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실연을 치유하는 과정, 삶을 보는 눈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사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설령 거기서 슬픔이 생겨난다 할지라도. 그래, 사랑도 삶도 가끔은 조금씩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상처는 시간이라는 놈이 아물게 해 줄테니까요.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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