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엔지니어 입사 33년만에 첫 여성CEO로… ‘GM의 잔다르크’ 유리천장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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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업계 첫 女CEO 메리 바라

‘말단 엔지니어 33년 만에 제너럴모터스(GM)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되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생산업체인 GM이차기 수장으로 선택한 메리 바라 부사장(51·사진)의 입지전적 승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 CEO가 나온 것이 처음인 데다 인턴 여사원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바라 부사장이 내년 1월 15일 공식 취임하면 1908년 설립된 GM은 물론이고 포드 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 업체를 통틀어 미국 자동차 제조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바라 부사장이 자동차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0세 무렵. “사촌오빠가 운전하는 빨간색 카마로 오픈카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바라 부사장은 회고했다. 또래 여자친구들이 패션과 이성에 관심을 쏟는 동안 바라는 자동차와 관련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39년간 GM 생산 부문의 근로자로 일한 아버지로부터 자동차 구조와 부품의 활용법을 배웠다. 친구들은 그런 바라 부사장에게 ‘카 걸(car girl)’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자동차에 대한 사랑은 GM 부설 자동차 대학인 케터링대에 입학해 전기공학을 전공하면서 한 단계 더 높아졌다. 1980년 당시 18세였던 대학생 바라는 인턴사원 신분으로 아버지가 근무했던 폰티액 생산라인에서 처음으로 회사생활을 했다. 바라 부사장은 남성 근로자들만 있는 곳에서 각종 잡무를 맡았던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여성은 물론이고 또래조차 찾아보기 힘든 환경에서 외롭고 힘들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 후 말단 엔지니어로 GM에 입성한 뒤 매일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하는 등 바라는 특유의 성실성과 겸손한 성격을 갖췄다. 당시 GM 경영진의 눈에 들었던 그런 성실성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GM 폰티액 생산라인에서 선반 기술자로 일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GM 가족’이라는 점도 그녀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로열티를 중시하는 GM의 풍토에 맞았기 때문이다.

그가 잭 스미스 전 GM CEO의 비서로 발탁된 것은 도약의 디딤돌이 됐다. 넓은 시야에서 ‘경영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GM의 장학금을 받아 명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다니며 경영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았다.

대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후 제조공학부 전무이사, 글로벌 제품개발부 수석부사장 등을 거친 바라는 잇단 경영혁신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GM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기여했다. 회사 동료들은 그를 ‘잔다르크’로 불렀다. 자동차 모델별 담당 임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GM 자동차의 기본골격을 단순화해 호환 부품 수를 줄이는 등 생산성을 높인 것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경제전문 포브스지는 “쉐보레 실베라토와 캐딜락 ATS에서 쉐보레 콜벳·임팔라까지, 최근 실적을 낸 모든 모델은 그의 손을 거쳤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바라 부사장의 이번 CEO 내정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서도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GM 측은 이에 대해 “바라 부사장이 CEO로 내정된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발휘한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GM#메리 바라#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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