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죽음의 조’ D조 잉글랜드의 반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7시 00분


“오! 맙소사” “최악의 조” 침울
베팅업체들, 英 조기귀국 예견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은 아주 잠깐이었다. 환희의 여운은 결코 오래갈 수 없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요즘 분위기는 침울하기만 하다. 잉글랜드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엄청난 상대들을 만났다. 톱시드 배정국인 우루과이도 부족해 이탈리아까지 만나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덮쳤다. 잉글랜드가 속한 D조에서는 북중미 코스타리카를 제외하면 확실한 ‘제물’이 없다. BBC스포츠 스튜디오에 참석했던 ‘레전드’ 개리 리네커와 에버턴의 마르티네스 감독은 동시에 “최악의 결과”라며 고개를 저었다.

통역과 진행을 한꺼번에 도맡은 BBC아나운서의 반응은 훨씬 재미있었다. 브라질까지 날아가 조 추첨 행사에 참석했던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제프 허스트 경이 D조의 마지막 공을 고르자 이 아나운서는 “절대로 우린 여기에 걸리면 안 된다. 이탈리아에 우루과이가 있고, 심지어 첫 경기 장소도 모든 출전국들이 피하고 싶었던 아마존 유역 마나우스다. 허스트 선생님, 부디 잉글랜드를 살려 달라”고 외쳤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허스트 경이 뽑은 공에는 조국 잉글랜드가 적힌 쪽지가 담겨 있었다. 아나운서는 “설마 아니겠지…오, 맙소사!”를 연신 외쳤다. 이 때 전 세계 방송 카메라들은 잉글랜드 참석자들이 앉아 있던 곳으로 앵글을 돌렸는데, 그 순간 영국축구협회(FA) 그렉 다이크 총장은 쓴웃음과 함께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또 다른 논란을 촉발시켰다.

잉글랜드 여론은 금세 불붙었다. 물론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 등 주요 방송사들은 “무난한 조에 속한 프랑스와 벨기에가 너무 부럽다. 잉글랜드에 최악의 상황은 현실이 됐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스카이스포츠 해설자는 “H조 마지막 자리에 잉글랜드가 포함됐으면 좋겠다. 남미 월드컵인데, 남미 국가가 없는 유일한 그룹”이라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으나 잉글랜드의 D조행이 확정되자 모든 게스트와 진행자들이 동시에 탄식하며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아나운서는 “E조에서 스위스-에콰도르-온두라스를 만날 프랑스는 무슨 복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예상대로 스포츠 베팅 업체들의 반응도 굉장했다. 월드컵 조 추첨과 함께 ‘잉글랜드의 월드컵 예상 성적’ 판도까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유럽 지역예선에서 조 1위로 당당히 브라질행 티켓을 따내자 긍정적인 조 편성을 기대했고,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한 열혈 축구광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의 4강 진출’에 5000파운드(약 860만 원)를 베팅할 정도로 간만에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이젠 좌절 기류가 감돌고 있다.

유명 베팅회사 윌리엄힐 관계자는 영국의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요즘 베팅들이 대개 잉글랜드의 16강 좌절과 조기 귀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런던(영국)|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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