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문병기]원전 사고와 낙인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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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문병기 경제부 기자
겨울철이 다가오자 원자력발전소가 다시 말썽이다. 지난달 28일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가 고장을 일으킨 데 이어 4일에는 한빛 3호기가 멈춰 섰다. 가뜩이나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로 멈춰 선 원전들의 재가동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원전 고장 사고가 잇따르자 벌써부터 겨울철 전력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벌써 몇 년째 여름철과 겨울철이면 반복되는 원전 고장과 전력난이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원전 고장은 왜 이렇게 잦은 걸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원전 사고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낙인효과’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올해 원전 비리 사태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최근 들어 원전 고장 사고가 늘어난 것처럼 생각되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원전 사고는 9건으로 지난해 16건, 2011년 12건보다 적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기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전 고장 사고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고장 나는 원전들은 정비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00억 원가량을 들여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 장기간 정비를 받고도 재가동 50여 일 만에 고장을 일으켰다. 4월 3일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된 고리 4호기는 하루 만인 4일 주변압기 문제로 가동이 정지된 데 이어 같은 달 14일 다시 가동되자마자 또다시 증기발생기에 이상 신호가 감지돼 발전을 멈추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부실 정비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다. 시험성적서 위조로 멈춘 3기의 원전 부품 교체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전력난이 악화되자 너무 서둘러 원전 정비를 마치려다 보니 고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가동을 멈춘 한빛 3호기는 지난해 말 원자로 헤드 균열이라는 심각한 결함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6월 8일 오후 3시까지도 한빛 3호기에 대해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은 9일 오후 1시 입장을 바꿔 재가동을 승인해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다른 원전들이 가동 정지되자 서둘러 발전을 재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만했다.

최근 잇따른 고장은 원전의 핵심부인 원자로 주변 시설물(1차 계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실제로 1차 계통 고장은 줄곧 전체 고장 사고 중 30, 4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56.2%로 높아진 뒤 올해도 50%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멈춰 선 원전들을 제때 재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원전 운영의 제1원칙은 무엇보다 안전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정부와 한수원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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