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가 살려낸 1994년의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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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6일 07시 00분


‘응답하라 1994’의 소품은 찾아보는 재미를 주지만 구하기 힘들어 서명혜 미술감독을 애먹였다. ‘골수팬’을 통해 얻은 이상민 포스터, CG를 입힌 삐삐, 한 블로거에게서 구매한 리모컨 선풍기가 대표적이다.(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출처|tvN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94’의 소품은 찾아보는 재미를 주지만 구하기 힘들어 서명혜 미술감독을 애먹였다. ‘골수팬’을 통해 얻은 이상민 포스터, CG를 입힌 삐삐, 한 블로거에게서 구매한 리모컨 선풍기가 대표적이다.(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출처|tvN 방송화면 캡처
골수팬 제공 ‘이상민 포스터’ 반납 약속도

선풍기·잡지 등 인터넷 뒤져 소장자 찾아
한여름 촬영…딸기는 못 구해 귤로 대체


‘응답하라 1994’에서 1994년을 만들어내고 있는 서명혜 미술감독. ‘응답하라 1997’(응칠)의 성공으로 제작비가 늘어나면서 특별 채용된 인재로, 2013년 안방극장에 1994년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연출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보다는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고 있지만 ‘응사’의 인기를 이끈 주역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람만큼 중요한, 또 다른 주인공인 소품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시청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1990년대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상태가 좋지 않아 소품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웠다. 새 것의 느낌을 줘야 하니까.”

서 감독은 “발 동동 구르고 피 말리며 구했다”고 말한다.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선풍기, 잡지나 만화책, 카세트테이프 등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졌다. 혹시 소장자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서 감독은 한 줄기 빛을 만났다.

“한 블로거가 올해 선풍기를 샀는데 20년 전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며 사진을 올려놨다. 메일로 연락이 닿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는 하루 종일 답장을 기다려 얻었다. 하하!”

끝내 찾지 못한 소품도 있다. 1화에서 이일화가 귤 상자를 들고서는 “귤도 촌놈 무시하냐”며 화를 냈던 장면. 본래 의도는 딸기지만 백방을 돌아다녀도 파는 곳이 없었다. 서 감독은 “딸기가 사계절 내내 나오는지 알았는데 촬영기간이었던 8월 1∼2주에는 무더위 때문에 안 나온다고 하더라. 냉동딸기는 녹으면서 물러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귤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성나정 방에 붙어있는 이상민 포스터는 “제대로 돌려줘야 한다”는 약속을 하고 실제 ‘골수팬’에게서 얻었다. 이를 다시 인화한 뒤 색을 보정하고 확대해 사용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관련 물건도 반납해야 한다.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1994년도에는 없는 물건이 등장하기도 했다. 극중 시간적 배경보다 실제 뒤늦은 때 생산된 카세트데크나 자동차 등이다. ‘매의 눈’을 가진 시청자들은 ‘옥에 티’라며 이를 여지없이 찾아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덜컹한다”며 서 감독은 말했다.

“20년 전 서울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며 시대상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한 서 감독은 95학번. 실제 94학번인 신 PD와 이 작가와 동갑내기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접속’ ‘몽정기’ 등을 작업했지만 부모님은 딸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다. 서 감독은 “하지만 이제 ‘응사’로 아시게 됐다”면서 “‘응사’를 통해 흥행의 꿈을 다시 이뤘다. 부모님께 효도한 것 같다.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웃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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