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뜨거웠던 1994년 코트, ‘오빠부대’도 최강…툭하면 머리카락 뽑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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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6일 07시 00분


1994년 최고의 농구스타로 군림한 이상민 서울 삼성 썬더스 코치. 당시 연세대 4학년생으로 농구대잔치 우승을 일군 그는 추억 속 행복감에 젖어 있다. 스포츠동아DB
1994년 최고의 농구스타로 군림한 이상민 서울 삼성 썬더스 코치. 당시 연세대 4학년생으로 농구대잔치 우승을 일군 그는 추억 속 행복감에 젖어 있다. 스포츠동아DB
■ 당시 최고 농구스타 이상민의 추억

당시 팬들 두 부류 ‘적극적이거나 숨거나’
부모님 집엔 내 팬들 위한 낙서공간 마련
팬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쓰레기’
카메오 출연? 서태지도 안 나왔잖아요!


“카메오요? 서태지도 안 나왔잖아요! 하하하!”

서울 삼성 썬더스 이상민 코치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로 이상민 코치에게 관심이 다시 집중되면서 10대들로부터는 “그 유명한 이상민 선수냐”라는, 기성세대에게는 “왜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극중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은 이상민의 열성 팬으로 “대학 가믄 상민 오빠랑 결혼할끼다”며 연세대에 입학한다. 멀리서 그 뒷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매일 아침 연세대 체육관과 숙소 앞에서 ‘뻗치기’하고, 방 벽은 이상민의 브로마이드로 도배했다.

이처럼 농구팀 최초로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닌 연세대 농구단, 그 중심에 바로 이상민 코치가 있다. 알고 보니 이상민도 ‘응사’의 애시청자였다. 매회 챙겨보지 못하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등장해 관심 있게 지켜봤다.

“주위에서도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 몇 달 전 PD와 작가가 찾아왔다. 농구 부흥을 위해 (카메오로)출연해 달라고 했다. 방송 출연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망설였다. 마흔 넘어 20대를 연기한다는 것도 어색하고. 카메오로 출연한 문경은, 우지원, 김훈보다 내가 더 늙었다. 하하하!”

이상민 코치는 “나정이 방의 브로마이드는 내 오래 전 팬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팬들은 두 부류다. 나정이처럼 적극적이거나, 근처에도 오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2010년 4월22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영원한 오빠’ 이상민이 은퇴 기자회견을 갖자 팬들이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은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0년 4월22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영원한 오빠’ 이상민이 은퇴 기자회견을 갖자 팬들이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은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그는 당시부터 현재까지 20년을 한결같이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

“팬들 가운데 일부는 지금도 떨려 하면서 사진도 마음대로 못 찍는다. ‘왜 아직까지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까칠한 게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하하하. 방송이나 언론에 자주 나오지 않아서 ‘오빠 속이 궁금하다. 껍질을 까서 그 속을 알고 싶은데, 잘 안 까진다’고 하더라.”

이상민은 팬들에게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쓰레기’를 꼽았다. “쓰레기처럼 살지 말라”는 팬들의 마음이다.

“머리카락 뽑히는 건 예사다. 나쁜 마음으로 커터 칼을 보내는 팬들도 있고,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에는 낙서 공간을 따로 마련해놨을 정도였다. 멀리 지방에서 팬들이 찾아오면, 어머니가 안쓰러운 마음에 내 방을 보여주곤 했는데 없어진 물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릴 적 사진이나 물건 등 내가 가지고 있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최근 그는 서장훈과 손지창을 오랜만에 만나 ‘응사’로 이야기를 시작해 5시간 동안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은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당시엔 젊음이라는 특권과 농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거쳐 온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

● 1994년 최고 스타 이상민

1972년 11월11일생. 홍대부고를 거쳐 1991년 연세대 입학. 대학 최초 93∼94 농구대잔치 우승. 한국농구 사상 28년 만의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자력 진출 주역. 1998년 대전 현대 다이넷 입단, 3년 연속 정규 리그 1위,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4-2005 시즌 전주 KCC 이지스 우승. 2007년 서울 삼성 썬더스로 트레이드되고 2010년 은퇴. 현재 서울 삼성 썬더스 코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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