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시나리오 받았을때 따뜻함 느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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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봉 ‘변호인’으로 한해 통산 ‘2000만 배우’ 꿈꾸는 송강호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는 속물에서 사회현실에 눈뜨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하는 송우석 역을 맡았다. 주인공의 성과 이름은 송강호와 영화를 만든 양우석 감독에게서 각각 따왔다. NEW 제공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는 속물에서 사회현실에 눈뜨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하는 송우석 역을 맡았다. 주인공의 성과 이름은 송강호와 영화를 만든 양우석 감독에게서 각각 따왔다. NEW 제공
19일 개봉하는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1981년 부림(釜林)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세무 전문 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이후 인권변호사로 변신해 민주화운동에 뛰어든다.

이 때문에 영화는 개봉 전부터 ‘정치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야권 결집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다른 편에서는 포털사이트 영화평점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별점 테러’를 행하며 불편함을 드러낸다.

8월 개봉한 ‘설국열차’는 934만 명, 9월 개봉한 ‘관상’은 912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변호인’의 관객이 연말까지 154만 명을 넘을 경우 송강호는 국내 최초로 한 해 2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가 된다. NEW 제공
8월 개봉한 ‘설국열차’는 934만 명, 9월 개봉한 ‘관상’은 912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변호인’의 관객이 연말까지 154만 명을 넘을 경우 송강호는 국내 최초로 한 해 2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가 된다. NEW 제공
주인공인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은 송강호(46)는 그래서인지 조심스러워 보였다. 4일 서울 세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시사회에서는 송강호를 비롯한 감독과 배우가 ‘노 전 대통령’이라고 직접 언급하는 대신 ‘그분’이라고 지칭했다.

―노 전 대통령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했다. 버거웠다. 고인과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임감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계속 눈에 밟혔다. 원래 작품을 결정하는 데 하루를 넘기질 않는데 이번엔 너무 빨리 거절한 것 같더라. 일주일 후 번복했다. 운명 같다, 이 작품은.”

―어떤 점에 끌렸나.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열광적인 지지자는 아니다. 순수하게 배우로서 욕심이 갔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따뜻함이 느껴졌다.”

―주변에서 만류하진 않았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여러 사람들이 자기 일 아니라 그런지 오히려 용기를 줬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집사람이었다. 지나가면서 ‘당신이 20, 30대 젊고 핫한 배우도 아닌데 뭐 겁날 게 있냐’고 했다. 박찬욱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도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집사람 얘기는 99% 반영된다.”

―올해 ‘설국열차’ ‘관상’에도 출연했다. 가장 연기가 어려웠던 작품은….

“당연히 ‘변호인’이다. 결정만큼이나 연기도 쉽지 않았다. 촬영 닷새 전에 미리 세트장에 가서 밤낮없이 연습한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경남 김해 출신이다. 고인을 생전에 만난 적 있나.

“두 번 뵈었다. 한 번은 영화 ‘밀양’에 함께 출연한 전도연이 2007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훈장을 받을 때였는데 이창동 감독님과 소박하게 점심을 먹었다. 당시 주인공은 도연이니까 나는 거의 말 한마디 못 섞고 밥만 먹었다. 다른 한 번은 모범 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였는데 먼발치에서만 봤다.”

―그때 봤던 모습을 연기에 참고했나.

“그보다는 5공 청문회 때 TV에서 본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대로 반영하기보단, 연기할 때 그분의 열정을 생각했다.”

―앞서 ‘설국열차’와 ‘관상’ 모두 900만 관객을 넘겨서 ‘2000만 배우’ 기록을 앞두고 있다.

“과분한 성과였다. ‘변호인’은 어떻게 봐주실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힌다.”

―지난 2년간 주춤했다. 신세경과 출연한 ‘푸른소금’이나 이나영과 호흡을 맞춘 ‘하울링’ 등 유난히 젊은 여배우랑은 안 되는 것 같다.

“다른 작품들은 흥행하거나 화제작이었는 데 반해 두 작품은 그렇지 못해서 유난히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 근데 배우라면 누구나 ‘튀어나온 못’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송강호#변호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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