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하는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1981년 부림(釜林)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세무 전문 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이후 인권변호사로 변신해 민주화운동에 뛰어든다.
이 때문에 영화는 개봉 전부터 ‘정치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야권 결집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고, 다른 편에서는 포털사이트 영화평점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별점 테러’를 행하며 불편함을 드러낸다.
주인공인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은 송강호(46)는 그래서인지 조심스러워 보였다. 4일 서울 세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시사회에서는 송강호를 비롯한 감독과 배우가 ‘노 전 대통령’이라고 직접 언급하는 대신 ‘그분’이라고 지칭했다.
―노 전 대통령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했다. 버거웠다. 고인과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임감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계속 눈에 밟혔다. 원래 작품을 결정하는 데 하루를 넘기질 않는데 이번엔 너무 빨리 거절한 것 같더라. 일주일 후 번복했다. 운명 같다, 이 작품은.”
―어떤 점에 끌렸나.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열광적인 지지자는 아니다. 순수하게 배우로서 욕심이 갔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따뜻함이 느껴졌다.”
―주변에서 만류하진 않았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여러 사람들이 자기 일 아니라 그런지 오히려 용기를 줬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집사람이었다. 지나가면서 ‘당신이 20, 30대 젊고 핫한 배우도 아닌데 뭐 겁날 게 있냐’고 했다. 박찬욱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도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집사람 얘기는 99% 반영된다.”
―올해 ‘설국열차’ ‘관상’에도 출연했다. 가장 연기가 어려웠던 작품은….
“당연히 ‘변호인’이다. 결정만큼이나 연기도 쉽지 않았다. 촬영 닷새 전에 미리 세트장에 가서 밤낮없이 연습한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과 같은 경남 김해 출신이다. 고인을 생전에 만난 적 있나.
“두 번 뵈었다. 한 번은 영화 ‘밀양’에 함께 출연한 전도연이 2007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훈장을 받을 때였는데 이창동 감독님과 소박하게 점심을 먹었다. 당시 주인공은 도연이니까 나는 거의 말 한마디 못 섞고 밥만 먹었다. 다른 한 번은 모범 납세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였는데 먼발치에서만 봤다.”
―그때 봤던 모습을 연기에 참고했나.
“그보다는 5공 청문회 때 TV에서 본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대로 반영하기보단, 연기할 때 그분의 열정을 생각했다.”
―앞서 ‘설국열차’와 ‘관상’ 모두 900만 관객을 넘겨서 ‘2000만 배우’ 기록을 앞두고 있다.
“과분한 성과였다. ‘변호인’은 어떻게 봐주실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힌다.”
―지난 2년간 주춤했다. 신세경과 출연한 ‘푸른소금’이나 이나영과 호흡을 맞춘 ‘하울링’ 등 유난히 젊은 여배우랑은 안 되는 것 같다.
“다른 작품들은 흥행하거나 화제작이었는 데 반해 두 작품은 그렇지 못해서 유난히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 근데 배우라면 누구나 ‘튀어나온 못’이 있을 수 있지 않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