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동기 龍虎相搏… 조한승이 먼저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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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기 국수전 도전기 1국
이세돌 고향 전남 신안서 351수 만에 3.5집 승리 거둬

조한승 국수(왼쪽)와 이세돌 9단이 3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 신안군청에서 제57기 국수전 도전1국을 두고 있다. 두 기사는 1995년 입단동기. 국수전에서 입단동기끼리 도전기에서 맞붙은 것은 처음이다. 한게임 제공
조한승 국수(왼쪽)와 이세돌 9단이 3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 신안군청에서 제57기 국수전 도전1국을 두고 있다. 두 기사는 1995년 입단동기. 국수전에서 입단동기끼리 도전기에서 맞붙은 것은 처음이다. 한게임 제공
조한승 국수(31)와 도전자 이세돌 9단(30)의 기풍은 다르다. 조한승이 물이라면 이세돌은 불이다.

조한승을 보면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 9단이 생각난다는 바둑계 인사가 있다. 일부에서는 공식 대국으로 1년에 기세이(棋聖)전 도전기 몇 판만을 두었다는 ‘영원한 기세이’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 9단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후지사와가 기세이전에만 힘을 쏟은 것처럼 조한승이 국내 유일의 도전기 형식 종합기전인 국수전에서 힘을 내는 것을 빗댄 말이다. 지난해 국수전에서도 불리할 것이라는 일반 예상과는 달리 최철한 9단의 도전을 뿌리치고 국수 2연패에 성공했다.

반면 이세돌의 바둑은 피비린내가 날 만큼 치열하다. 틀에 박히지 않고 분방하다. 전투적이며 실전적이어서 프로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다른 기사와는 달리 화끈한 싸움 바둑이 많아 좋아하는 아마추어 팬들이 많다. 오규철 9단은 “조한승의 바둑이 자세를 잡고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시작하는 검도를 닮았다면 이세돌은 거리 없이 바로 치고 들어오는 싸움이라는 면에서 실전적”이라고 평가했다.

둘의 기풍은 이처럼 다르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주저하지 않고 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도 있다. 이세돌은 바둑리그 불참 문제로 휴직파동을 겪었고 조한승은 지난해 바둑계 토토 도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1995년 입단 동기인 두 기사가 제57기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만났다. 한 기수에서 이 같은 고수가 두 명인 경우는 흔치 않다. 국수전에서 동기끼리 타이틀을 놓고 겨룬 것도 처음이다. 둘은 동기이지만 그렇다고 라이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세돌이 천하를 쥐고 흔들 때 조한승은 국내 기전을 하나둘씩 점거하며 나름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다.

3일 도전기 첫 대국이 열린 곳은 이세돌의 고향 전남 신안군. 섬이 1004개라고 해서 ‘천사의 섬’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신안군청의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세돌은 신안군 비금도 출신. 박우량 신안군수는 “김인 국수와 조훈현 국수를 낳은 전남 강진군과 영암군, 그리고 이세돌 국수가 있는 우리 군이 힘을 합쳐 내년 중 프로 기전을 하나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한승과 이세돌 간의 역대 전적은 22승 14패로 이세돌이 우세하다. 역대 결승전에서도 2-1로 이세돌 우세. 2006년 천원전에서는 조한승이, 2007년 명인전과 TV아시아에서는 이세돌이 우승했다. 하지만 조한승은 이세돌의 33연승을 막는 등 결정적인 길목에서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

이날 백을 쥔 조한승은 초반 두텁게 두어갔다. 이세돌에게 많은 실리를 주면서도 대마를 압박해 갔다. 중반에 대형 바꿔치기가 이뤄져 흑이 좋아졌다. 그러나 조한승은 막판까지 추격을 거듭해 351수 만에 3.5집 승을 거뒀다. 도전기 2국은 내년 1월 2일 열릴 예정이다.

이날 검토실에서는 이세돌의 어머니 박양례 씨(65)가 자리를 지켰고, 이세돌의 형인 이상훈 8단과 이호범 4단이 바둑 팬들과 다면기 행사를 가졌다.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국수전 우승상금은 4500만 원.

신안압해도=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조한승 국수#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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