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자회담 75분간 기싸움 “예산안 처리부터”… “누가 죽나 한번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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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 위해…” 발언에… 김한길, 탁자 내리치며 高聲
특검-특위 문제 입장차만 확인

여야, 손은 잡았지만…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4자회담에 앞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여야, 손은 잡았지만…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4자회담에 앞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여지는 남겨 놓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탐색전이었다.

2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그리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의 국회 4자회담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이 1시간 15분 동안 펼쳐졌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니, 내일 다시 만나는데 왜?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회담 결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견해차를 확인한 것도, 의견 접근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시하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의 국회 설치 문제에서도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위가 입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회담에서 양측은 예산안 및 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특검 도입과 특위 설치, 예산안 및 법안 심의,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4인 협의체에 대해 설명한 뒤 예산안 처리와 특검은 병행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는 양 당 대표를 제외하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6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측이 예산안 및 법안 처리가 특검 논의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양측 간 감정이 격앙되기도 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새누리당 황 대표가 “예산안은 국민을 위해 (먼저 처리하자)…”라고 하자 민주당 김 대표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나 김한길이, 죽어도 좋다 이거야,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라고 소리쳤다. 이 소리는 회담장 밖까지 새어나와 많은 해석을 낳았다. 마침 이때 청와대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및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을 임명한다는 소식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회담장에서는 임명 소식을 못 들었다”고 해명했다.

회담이 끝난 뒤 여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황 대표는 기자들이 “오늘 의견이 좁혀진 부분 있나”라고 묻자 “자꾸 얘기를 하면서 하여간 풀어야지요”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최 원내대표는 회담장에 남아 김기현 정책위의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따로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최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내일 얘기할게”라고만 했다.

김 대표도 허전하고 허탈한 표정이었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김 대표는 의원들에게 “설명할 게 없다”며 줄담배를 피워댄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특별한 해법도 없이 회담장에 나온 데 대해 불쾌함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전 원내대표는 최 원내대표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감사원장 등) 임명을 왜 오늘 했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답답하다. 새누리당이 오늘과 같은 기조로 회담장에 나오면 곤란하다”며 “다만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를 확인했으니 내일(3일) 회담에는 다른 자세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을 걸겠다”고 한 김 대표가 만에 하나 사퇴하는 사태가 온다면 새누리당도 유리할 것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내 기류가 ‘특검 무조건 반대’에서 ‘제한적 특검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2일 회담에서 여야가 총론을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면 3일 회담에서는 특검의 임명 주체, 범위, 기간 등의 각론을 논의할지 모른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회담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회동으로 새누리당의 새해 예산안 예결특위 단독 상정은 보류됐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유예된 것이다. 회군 명분을 찾던 민주당으로서도 조금 숨 쉴 여지를 갖게 됐다.

그렇다고 3일 속개될 회담에서 정기국회 정상화의 길이 열릴지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내에서는 특검 관철 없이 복귀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만만치 않다. 배수진을 친 김 대표로서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만은 없다. 김 대표는 이날 회담을 끝내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회담#황우여#김한길#4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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