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주입기 찬 채 스윙… 48세 ‘투혼의 골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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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골프투어 Q스쿨 최고령 합격 박부원씨

어느덧 시니어 투어를 뛸 수 있는 만 50세를 바라보는 나이. 당뇨 때문에 허리춤에 인슐린 주입기를 차고 필드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그에게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1일 전남 보성CC(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에서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2타 차 공동 2위로 마친 박부원(48). 그는 이날 합격을 확정지은 ‘수험생’ 가운데 최고령으로 내년 시즌 KGT 출전 카드를 확보했다.

박부원은 올 시즌 KGT 6개 대회에 출전해 5차례나 예선 탈락하면서 일주일 대회 출전 경비인 200만 원도 안 되는 164만8000원을 벌어 상금 랭킹 154위로 투어 카드를 잃었다. “차라리 레슨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태 한 길만 걸어왔는데 이대로 접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 겁니다.”

21세 딸과 고교 2년생 아들을 둔 박부원은 프로 골퍼에게는 수능 격인 이번 Q스쿨에서 자식뻘 되는 후배들과 당당히 겨뤘다. “대회를 앞두고 두 달 정도 여유가 있어 충분히 준비했어요. 현지에서 연습 라운드도 자주하고요. 요즘 후배들 정말 멀리 치는데 다행히 코스가 짧아 크게 불리할 게 없었어요.” 지역예선과 최종전을 합해 6라운드를 도는 강행군이었지만 폭설로 한 라운드가 줄어든 것도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됐다.

박부원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30년 전인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의 나이 18세. 경남 마산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공 줍기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시작이었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뒤 2006년 KGT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감격을 누렸다.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당뇨 때문에 쉽게 지치는 핸디캡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혈당 관리를 위해 항상 캐디백에 사탕 30∼40개를 넣고 다닐 정도였다. 여름에는 주삿바늘이 배를 찔러 깜짝 놀랄 때도 있다는 게 박부원의 얘기다. “달콤한 첫 우승이 오히려 독이 됐어요. 이후 스윙을 바꾸고 오랜 슬럼프에 빠졌거든요.” 이번 Q스쿨이 5번째 출전이었을 만큼 성적 부진으로 번번이 투어카드를 놓쳤다. 박부원은 “한 해 한 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꼭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그래야 후배도 잘 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박부원#한국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 스쿨 최종전#당뇨#최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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