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타카’ 영광 뒤엔 유스 시스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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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일 07시 00분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포항 황선홍 감독과 주장 황지수(가운데)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선수단이 다함께 환호하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포항 황선홍 감독과 주장 황지수(가운데)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자 선수단이 다함께 환호하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포항 우승 원동력=스틸타카+유스 시스템

스타보다 조직력으로 승부…더 강한 패스 축구
스피드 주입한 이명주…든든한 김원일·신화용
김승대 같은 유망주 발굴 유스 시스템 뒷받침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은 하나 된 팀의 위력을 보여줬다. 걸출한 스타에 의존하기보다 신구의 조화 속에 안정적인 팀 컬러를 유지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4개 클럽 중 가장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 데에서 포항의 저력이 숨어있다. 기록에서도 두드러진다. 올 시즌 안방과 원정 경기에서 모두 70%의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은 포항(안방 71%, 원정 70%) 밖에 없었다.

● 스틸타카, 흥행과 경기력 두 마리 토끼 잡아

포항은 올 시즌 한국축구의 ‘최고 아이콘’이었다. ‘스틸타카(스틸러스와 티키타카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시즌 초반 황선홍 감독은 “작년 후반기부터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더욱 강해진 패스축구로 우승을 이끌어냈다. 티키타카(바르셀로나의 패스축구)를 큰 물줄기로 삼고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 중심의 창의적인 축구를 재해석했다. 미드필더 이명주, 황진성, 신진호, 황지수, 김태수 등이 조직적으로 맞물리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이명주의 성장이 단연 눈에 띈다. 작년 신인왕 출신으로 올 시즌 팀의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다. 전형적인 ‘박스투박스 플레이어(box to box player)’로 왕성한 활동량과 축구센스를 자랑한다. 스틸타카에 스피드를 주입하며 황 감독이 강조하는 축구색깔을 입혔다. 상위그룹 진출 후부터 더욱 공격적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황 감독은 황진성, 신진호의 공백이 생기면서 이명주를 좀더 공격적으로 배치시켰다. 이명주가 어떤 포지션이든 자신의 역할을 100% 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명주는 프로 2년만에 당당히 K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에 올랐다. 이밖에 수비수 김원일과 골키퍼 신화용도 스틸타카를 받치는 숨은 주역이었다.

● 유스 시스템, 포항의 거침없는 성장세

포항은 상위그룹 진출 직전 2명의 선수를 잃었다. 신진호가 카타르SC로 1년간 임대 이적했다. 선수가 해외진출을 강하게 원하면서 구단은 그의 뜻을 받아줬다. 황진성도 9월초 무릎 인대와 연골을 다치면서 시즌을 접었다. 둘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를 책임지고 있었다. 전력 공백이 컸다. ‘유망주’ 문창진도 U-20 터키월드컵을 앞두고 허리 디스크로 빠졌다. 일찌감치 재활에 매진하며 시즌 말미에나 합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하며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포항에는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수급할 수 있는 젖줄이 있었다. 바로 ‘유스 시스템’이었다. 올 시즌 프로에 발을 디딘 김승대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전북과 상위그룹 첫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며 빠른 스피드와 간결한 몸놀림으로 2골에 간여했다. 팀의 3-0 대승.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몇 차례 교체 출전했지만 큰 경기에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0월19일 FA컵 전북과 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포항의 FA컵 2연패를 이끌었다. 최근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11월에만 4경기 3골3도움을 기록하며 주전을 꿰찼다. 서울, 전북, 수원, 부산 등 상위그룹 팀들을 상대로 당찬 모습을 보였다. 내년 시즌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문창진, 이광훈, 박선주 등도 기대가 큰 포항 출신의 유스 선수들이다.

울산|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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