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5억 지원 순례대회, 불교계 불참에 반쪽 행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4대 종교 유적 240km 순례 행사
佛 “특정 종교 성지화에 이용” 거절
전북道 “대회취지 훼손돼 안타깝다”

전북도가 종교 간 화합을 위해 열고 있는 세계순례대회에 불교계가 종교 편향을 이유로 불참해 종교 간 소통과 상생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5일까지 열리고 있는 2013 세계순례대회는 불교계가 참여를 거부해 반쪽대회로 치러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전주시 풍남문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는 기독교와 천주교, 원불교만 참여했다. 불교계는 전주시가 종교 역사자원을 바탕으로 종교관광 거점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반발하면서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전주시는 7월 천주교 유적지인 전주 치명자산(승암산)에 2014년부터 3년간 380억 원을 들여 세계평화의전당을, 예수병원 맞은편에 125억 원을 들여 근대선교역사기념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불교계는 전주시의 계획에 불교가 소외됐다며 반발했고 순례대회 조직위 내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불교계는 “순례대회가 특정 종교 성지화에 이용되고 불교계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전북도민 가운데는 개신교 신자가 26.2%, 불교 12.8%, 천주교 11.4%, 원불교 2.3%, 증산교 천도교 기타 0.38%(200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아름다운 순례. 홀로 또 함께’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순례대회는 전북 도내 곳곳의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유적을 잇는 순례길 240km를 걷는 행사다. 1845년 첫 한국인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가 머문 나바위성지(익산시 망성면)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10여 명의 천주교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완주군 비봉면), 국보 11호 미륵사지석탑, 호남 최초로 1893년 설립된 서문교회(전주시 다가동), 김제 금산사와 완주 송광사(소양면) 등을 연결한다. 전북도가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도내 종교자원을 관광 명소화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고 있다. 올 대회에는 국비와 지방비 등 5억3000만 원을 지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좋은 종교적 콘텐츠와 대회 취지가 훼손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폐막일인 5일에는 종교화합 한마당이 열릴 예정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북도#세계순례대회#불교계#불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