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계의 롤스로이스, 인텔 코어 i7-4960X 익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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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3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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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흔히들 벤츠나 BMW, 아우디 등을 고급 브랜드로 이야기하곤 한다. 이 정도 브랜드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면 모두가 부러워할만하다. 하지만 실은 이보다도 한 단계 위에 있는 최고급 브랜드도 있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사실 이런 최고급 브랜드의 제품은 대중적으로 많이 팔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미처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하게 호화로운 사양을 가진데다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물건의 가치를 이해하는 선택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주인이 될 수 있다.

PC용 프로세서(CPU) 중에서도 이런 물건이 있다. 바로 인텔의 익스트림 에디션(Extreme Edition) 시리즈다. 2003년에 펜티엄4 기반의 익스트림 에디션이 처음 나온 이후, 프로세서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인텔은 새로운 익스트림 에디션을 선보였는데, 나올 때마다 당대의 PC용 프로세서가 보여줄 수 있는 성능의 한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곤 했다. 물론 그러다 보니 가격도 굉장히 비싸다. 항상 999달러(약 110만 원)가 거의 기본일 정도다.


그리고 2013년, 인텔은 또 하나의 익스트림 에디션을 출시했다. 바로 이번에 살펴볼 ‘인텔 코어 i7-4960X 익스트림 에디션(코드명 아이비브릿지-E, 이하 코어 i7-4960X)’이다. 가격 역시 친숙(?)한 999달러다. 현재 팔리는 일반 프로세서 중에 가장 고급이라는 코어 i7-4770K의 가격이 339달러(약 36만 원)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게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현행 프로세서 기술의 정점이 담긴 제품

참고로 2013년 현재 인텔이 선보인 최신 아키텍처(설계구조)는 4세대 코어 시리즈에 적용된 ‘하스웰’ 아키텍처다. 하지만 코어 i7-4960X는 최신 제품인데도 3세대 코어에 쓰인 ‘아이비브릿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이미 검증이 끝난 아키텍처를 이용, 구현 수 있는 성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제조사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코어 i7-4960X는 일반 프로세서에 비해 칩의 크기부터 다르다. 일반 프로세서에서 주로 쓰이는 LGA1155나 LGA1150 소켓 규격보다 훨씬 많은 핀(접점)을 가진 LGA2011 규격의 소켓을 갖춘 탓이다. 참고로 코어 i7-4960X 이전의 익스트림 에디션인 코어 i7 3970X, 그리고 서버용 프로세서인 제온 E5에도 LGA2011 소켓이 적용된바 있다. 만약 일반 코어 i7이나 코어 i5를 쓰던 사용자가 코어 i7-4960X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메인보드부터 바꿔야 한다.

’익스트림’에 걸맞는 호화로운 사양

내부 사양은 더 대단하다. 22nm 최신 공정으로 제조된 6개의 물리적인 코어를 갖추고 있는데다 여기에 하이퍼쓰레딩 기능까지 갖췄다. 하이퍼쓰레딩 기술이 적용된 프로세서는 코어의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운영체제 상에서 코어 i7-4960X는 총 12 쓰레드, 즉 12개의 코어를 가진 프로세서처럼 인식된다.


기본 클럭(동작속도)도 3.6GHz로 상당히 높다. 여기에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순간적으로 클럭을 높이는 터보부스트 기술이 적용되어 최대 4.0GHz 클럭으로도 동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프로세서의 가격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인 캐시(임시저장공간) 용량도 주목할만하다. 코어 i7-4770K과 같은 고급형 일반 프로세서가 8MB의 스마트캐시를 갖추고 있는데 코어 i7-4960X은 그 2배에 가까운 15MB를 탑재하고 있다.


메모리 지원도 그야말로 ‘빵빵’하다. 일반 프로세서는 한 쌍의 채널에 해당하는 램 슬롯에 메모리 2개를 꽂으면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2배로 향상되는 듀얼채널 기술까지만 지원하는 반면, 코어 i7-4960X는 4개씩 메모리를 묶어 대역폭을 4배로 증가시키는 ‘쿼드채널’까지 지원한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일반 프로세서가 넘볼 수 없는 ‘몬스터급’ 사양을 갖추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몬스터급’ 프로세서를 쓰기 위한 메인보드

이런 프로세서를 구동하기 위해선 메인보드 역시 그에 걸 맞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서 이용한 LGA2011 소켓 메인보드는 에이수스(ASUS)의 X79-DELUXE다. 일반 PC용 메인보드 칩셋 중에 최상위급인 X79을 탑재하고 있으며, 총 8개의 램 슬롯에 합계 64GB의 DDR3 메모리를 꽂을 수 있다. 여기에 4개의 PCI익스프레스x16 슬롯을 갖추고 있어 3웨이 SLI, 쿼드 GPU 크로스파이어X 등 여러 개의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꽂아 구현되는 멀티GPU 환경에도 최적화 되어있다.


부가 기능도 상당히 화려해서 총 8개(외부 6개, 내부 2개)의 USB 3.0 포트에 12개(내부 4개, 외부 8개)의 USB 2.0 포트, 그리고 2개의 기가비트 유선랜 포트를 갖춘데다 802.11ac 규격 와이파이 기능과 8개의 SATA3(SATA 6Gbps) 포트까지 갖췄다. 현세대의 PC용 메인보드가 갖출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셈이다. 몬스터급 프로세서에는 메인보드 역시 몬스터급을 써야 하는 법이다.

‘지존’의 할아버지와 동생까지 모였다

이 정도만 언급하더라도 코어 i7-4960X의 대략적인 면모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써보면 느낌이 또 다를 수 있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며 코어 i7-4960X의 그야말로 ‘익스트림’한 성능을 체험해봤다.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가늠하려면 비교할 대상이 필요하다. 첫 번째 비교대상은 2010년에 나온 ‘코어 i7-980X 익스트림(코드명 걸프타운, 이하 코어 i7-980X)’이다. 모델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제품 역시 익스트림 에디션에 해당하는 것으로, 코어 i7-4960X보다 두 세대 전에 나온 ‘할아버지’뻘 제품이다. 참고로 코어 i7-980X 역시 999달러에 출시된 바 있으며 이 제품 역시 당시 다른 모든 프로세서를 압도하는 ‘포스’를 자랑했다.


두 번째 비교 대상은 코어 i7-4770이다. 지난 6월에 막 나온 최신 프로세서인 4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하스웰) 중 하나로, 현재 팔리고 있는 일반 프로세서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가깝다. 시중에서 30만원대에 살 수 있으며, 코어 i7-4960X 입장에서 보자면 ‘동생’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테스트를 위해 총 16GB의 DDR3 메모리(4GB x 4)와 삼성 840 EVO SSD를 사용했으며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650Ti를 꽂았다. 지포스 GTX 650Ti는 10만원 대 중후반에 팔리는 중급형 그래픽카드라 코어 i7-4960X와 견주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이런 상황을 프로세서만의 성능으로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 지가 변수다. 그래픽카드뿐 아니라 세 시스템 모두 메모리나 저장장치가 동일하므로 테스트 중에 발생하는 성능차이는 순수하게 프로세서의 탓이라 할 수 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본 성능

가장 먼저 해 본 테스트는 프로세서의 기본적인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맥슨(Maxon)사의 씨네벤치(CINEBENCH) R11.5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테스트다. 씨네벤치는 해당 프로세서의 모든 코어의 성능을 동원한 연산능력, 그리고 하나의 코어만 이용한 연산능력을 따로 측정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예상대로 코어 i7-4960X의 종합 성능이 비교 제품에 비해 확실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히 ‘익스트림’이라는 이름이 달릴 만 하다. 다만, 단일코어 별 성능만 따지면 코어 i7-4960X(6코어, 12쓰레드)와 코어 i7-4770(4코어 8쓰레드)의 점수가 거의 비슷했다. 한편 코어 i7-980X 역시 코어 i7-4960X와 동일한 6코어, 12쓰레드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코어 i7-4960X에 비하면 확실히 낮은 성능을 냈다. 하지만 3년 전 제품이 이정도 성능을 낸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PC의 종합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패스마크(Passmark)사의 퍼포먼스테스트(PerformanceTest)를 이용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이번 테스트에서도 코어 i7-4960X 기반의 PC가 확연히 우수한 성능을 내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코어 i7-980X 시스템이 유난히 낮은 결과를 기록했는데, 이는 순수한 CPU 외에 다른 요소들까지 함께 테스트한 결과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코어 i7-980X 기반의 시스템은 메모리 속도나 저장장치 인터페이스 등이 구형 규격이다.

실제 활용 테스트 – 파일 압축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측정된 수치가 우수하더라도 실제 활용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다음에는 실제적인 용도로 활용을 하면서 체감적인 성능을 가늠해봤다. 가장 먼저 해본 테스트는 파일 압축속도 측정이다. 파일 압축 작업은 프로세서의 연산능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멀티코어 활용 능력이 높은 압축 프로그램인 ‘반디집’을 활용, 총 10GB에 달하는 100여개의 파일을 압축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결과, 이번에도 코어 i7-4960X이 가장 좋은 성능을 냈다. 이번 테스트에서 측정된 차이는 수십 초 정도이지만 다루는 수가 많고 덩치가 큰 파일을 다룬다면 이 차이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3년전에 나온 코어 i7-980X는 현재 팔리고 있는 신형 프로세서인 코어 i7-4770과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실제 활용 테스트 – 동영상 인코딩

다음에 해본 테스트는 동영상 인코딩 시간 측정이다. 동영상 인코딩 역시 파일 압축 만큼이나 프로세서의 성능에 의존하는 작업이며 특히 코어가 많은 프로세서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유마일 인코더를 이용해 HD급의 AVC 기반 30분짜리 AVI 동영상을 아이폰과 호환되는 MP4 규격 동영상으로 변환하면서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결과, 이번에도 코어 i7-4960X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내긴 했지만 다른 테스트에 비해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원인을 알아보니 인코딩 작업 중에 코어 i7-4960X가 보유한 총 12개 쓰레드 중 4쓰레드가 거의 쓰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마일 인코더의 설정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고성능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를 제대로 지원해주는 응용프로그램 역시 많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어 i7-980X 역시 12개 쓰레드 중 4개가 거의 쓰이지 않아 제 성능을 낼 수 없었다.

실제 활용 테스트 – 게임 구동

마지막으로 해본 테스트는 게임 구동 능력 테스트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프로세서보다는 그래픽카드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고, 듀얼코어나 쿼드코어 정도가 넘어가면 나머지 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고성능 프로세서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데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이 점을 인식하고 테스트 결과는 그냥 참고만 하자. 테스트해본 게임은 ‘아키에이지’와 ‘디아블로3’이며,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 품질은 ‘높음’으로 맞추고 20여분 정도 플레이 하면서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결과, 세 시스템의 게임 구동능력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어 i7-4960X이 캐릭터가 많이 나오거나 화려한 화면 효과가 나오는 화면에서의 프레임 저하가 그나마 적은 편이었지만 의미를 크게 둘만한 수준의 차이는 아니었다. 게임만을 위해 PC를 장만한다면 코어 i7-4770와 같은 일반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현행 PC용 프로세서의 정점에 군림하는 제품

인텔 코어 i7-4960X 익스트림 에디션은 3세대 코어 기반(아이비브릿지) 아키텍처의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현행 PC용 프로세서의 정점에 군림하는 제품이다. 내부 사양이 매우 호화로울 뿐 아니라 실제 성능도 인상적이다. 물론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프로세서 자체의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데다 이를 지원하는 메인보드 역시 30~50만 원 사이다.

게다가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게임을 더 부드럽게 즐기기 위해, 혹은 그냥 막연히 좋은 PC를 쓰고 싶어서 이 제품을 선택한다 한다면 추천할 수 없다. 인텔스트림 에디션이라는 브랜드에 담긴 의의가 무엇인지 이해하며, 현재가 아닌 미래의 PC가 보여주는 성능이 어떤 것인지를 만끽하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코어 i7-4960X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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