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스키=폭탄주 공식 깨고 풍미 아는 고객 중심으로 고급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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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 ‘조니워커 체험공간’ 개관
고스틴 아태총괄 사장 방한 인터뷰

“한국 위스키 시장의 침체를 풀어낼 해법은 ‘고급화’에 있습니다. 앞으로 폭탄주가 아닌, 위스키 본연의 맛과 향을 음미하려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위스키 체험공간 ‘조니워커하우스 서울’(서울 강남구 신사동)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방한한 질베르 고스틴 디아지오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53·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레바논 출신인 그는 유럽 지역 총괄 사장을 거쳐 2009년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에 취임했다. 디아지오는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주류 회사로 스카치위스키 ‘조니워커’로 유명하다.

디아지오의 고급화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의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비 불황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국내 양주 판매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최근 1년(2011년 7월∼2012년 6월) 영업이익(1049억7967만 원) 역시 이전 1년보다 절반 가까이(44.8%) 줄어들었다.

한국은 매출 규모에선 인도, 호주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3위이지만 17년산 이상 고급 위스키 시장(슈퍼 프리미엄 마켓)에서는 시점점유율 38%로 1위다. 이것이 바로 디아지오가 한국 시장에서 고급화에 더욱 집중하려는 이유다.

고스틴 사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매출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스키를 지하의 유흥업소에서 마시는 ‘음지의 술’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함께 마시는 ‘양지의 술’로 만들 계획입니다. 또 양주 본연의 맛과 향을 음미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려고 합니다. 특히 위스키를 고소득 고객들이 퇴근 후 집에 와서 고급스럽게 즐기는, 자신을 위한 ‘가치 투자 상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조니워커하우스 서울 개관은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이곳은 고객들이 디아지오의 위스키를 시음·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스키 관련 교육을 받거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복합 체험공간이다. 조니워커하우스 서울은 2011년 중국 상하이(1호점), 이듬해 베이징(2호점)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열었다.

한편 고스틴 사장은 디아지오 이천공장(경기 이천시 부발읍)에 대해서는 “내수용 제품을 만들면 이득이 없어 얼마 전부터 수출용 제품을 주로 생산 중”이라고 말했다. 1981년 설립된 이 공장은 현재 ‘윈저’ 군납 제품과 ‘길비스’ 브랜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출용 제품만 만들고 있다. 고스틴 사장은 이에 대해 “원재료를 들여와 한국에서 술을 제조하면 세금이 붙어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한국 위스키#조니워커하우스 서울#고스틴 디아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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