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지방대의 약진

  • 동아알앤씨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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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전만 해도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들의 신입생 수능(당시엔 예비고사 학력고사) 점수는 서울의 최고 명문대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방 수재들은 서울대에 갈 형편이 못 되면 지방 거점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서울 유학이 쉬워지고 지방대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지방대는 입시 점수와 함께 자존심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명문대의 대명사인 아이비리그 가운데 소도시나 시골에 위치한 대학들의 인기가 쇠퇴하는 반면에 뉴욕에 있는 대학들이 신흥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 학문, 인재의 대도시 집중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사례도 나타난다. 지방에 있는 KAIST와 포스텍(포항공대)의 급부상이다. 더구나 ‘지방대의 연구 역량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대에 못지않은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최근 나왔다. 동아일보와 한국연구재단 등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표된 교수 논문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대상인 인문사회 7개 분야의 논문 영향력에서 상위 350명 가운데 지방대 교수 비율은 44%인 데 비해 SKY대학은 14%에 그쳤다. 영향력 지수가 가장 높은 연구자를 분야별로 100명씩 선정해 합산했더니 경제학과 교육학은 부산대가 1위, 행정학은 대구대가 1위였다. 우리 지방대 교수들의 실력과 열정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해외의 경우 대학의 명성과 교수 연구 실적은 뚜렷한 정(正)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SKY대가 예상보다 부진한 이유가 궁금하다. 외국 명문대에서는 다른 대학 교수 중 연구 실적이 입증된 사람만 교수로 충원하고, 임용 후에도 연구 실적이 모자라면 재임용에서 가차 없이 탈락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명문대 교수가 되고, 교수가 되고 나면 재임용 탈락이 드물어 학문적 긴장이 풀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번 결과는 지방대의 잠재력을 보여준 동시에 SKY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에 자극제가 될 것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지방대#교수#재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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