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45분 혈전… 라드반스카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WTA투어 코리아오픈 女단식 결승… 32위 파블류첸코바에 2-1 역전승

폴란드 스포츠라면 축구부터 떠오른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었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을 거둔 한국은 여세를 몰아 4강 신화를 이뤘다.

이제 폴란드는 축구뿐 아니라 테니스로도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 같다. 22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 폴란드 출신의 세계 랭킹 4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24)는 2시간 45분의 접전 끝에 세계 32위 아나스타시야 파블류첸코바(러시아)에게 2-1(6-7, 6-3, 6-4)로 역전 우승했다.

이 대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7100여 명의 관중 앞에 나선 라드반스카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유일한 세계 톱10 스타다운 기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스트로크는 좌우 코너를 파고들었고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상대 허를 찔렀다. 단단한 하체 근력을 앞세워 주저앉아 공을 쳐도 전혀 파워가 떨어지지 않았다. 고비마다 시속 18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서브로 포인트를 낚았다.

4세 때 아버지에게 테니스를 배운 라드반스카는 2005년 윔블던과 2006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한 유망주로 폴란드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번 방한이 처음이었던 그는 “한국에서 트로피라는 선물을 갖고 가겠다는 꿈을 이뤄 정말 행복하다. 내년에도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170cm, 56kg의 모델급 체격을 지닌 라드반스카는 올해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누드 화보 모델로 나서 화제를 뿌렸다. 방한 후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프로야구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 야구팬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라드반스카는 “폴란드에서는 야구를 거의 하지 않는데 처음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져 봤다. 한국 음식도 맛있었다. 오늘 밤 일본 도쿄로 출국하느라 서울에서 멋진 추억을 더 만들지 못해 아쉽다”며 웃었다. 시즌 3번째이자 통산 13번째 단식 정상에 오른 라드반스카는 11만2467달러(약 1억2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10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3만 명 가까운 관중을 동원하며 성황을 이뤘다. 테니스 마니아인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이틀 연속 경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