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추석 연휴? 우리 머릿속엔 가을야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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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8일 07시 00분


LG 봉중근. 스포츠동아DB
LG 봉중근. 스포츠동아DB
■ 10년의 기다림,명절 잊은 LG선수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가장 풍성하고 큰 명절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LG 선수들과 팬들이 야구장에서 맞았던 한가위는 조금 달랐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년 동안 가을은 좌절의 시간이었다. 9월 LG의 경기에선 함성보다 한숨이 많았다. 선수들도, 구단 프런트도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 ‘감독이 바뀔 것 같다’, ‘누가, 누가 물러난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가슴이 시리도록 쓸쓸한 명절이었다.

실직을 했거나, 사업이 위태롭거나, 갑자기 집안에 흉사가 닥치면 가장 기뻐야 할 명절이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이 된다. 옹색해진 살림살이에 가까스로 마련한 차례상을 보면 마음은 더 짠해진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의 가을은 무겁고 배고프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뛰었다. 10년의 기다림. 다시 집안을 일으키고 모처럼 기쁜 마음으로 양 손 한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은 이처럼, LG 선수들과 팬들은 올해 특별한 가을을 맞고 있다.

2013년 9월 15일 추석 연휴 전 마지막 LG의 잠실 홈경기. 훈련에 열중하던 선수들을 바라봤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치열한 선두경쟁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모두들 의연하고 담담했다. 마치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설레면서도 당당하게 시험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박용택은 LG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던 2002년 프로에 데뷔했다. 신인으로 타율 0.288, 108안타, 9홈런, 55타점, 20도루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LG의 새로운 스타를 팬들은 매년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날 줄 알았다. 그러나 올해로 프로 12년차가 될 때까지 박용택에게 가을야구는 남의 이야기였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 (올해) 추석에도 쉴 틈 없이 뛰겠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풍성한 수확도 기대된다. 팬 여러분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02년 팀의 중심이었던 이병규(9번)는 벌써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됐다. 노장은 “벌써 추석 연휴다. 시즌 마지막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 확 와 닿는다. 아직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LG의 확실한 수호신이 된 봉중근은 “아직 순위경쟁 중이라서 명절 연휴 기분은 전혀 느낄 수 없다. 그 대신 선수들 모두 LG 팬들이 가을야구를 즐기실 수 있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 시즌 팀의 안살림을 책임지며 1위 경쟁에 보이지 않게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송구홍 운영팀장은 선수시절이던 1990년대 LG의 전성기를 함께한 스타였다. 1992∼1993년 2년 연속 3할 타율에 한 시즌 20홈런-20도루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1994년 입대해 LG의 2번째 우승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 떨린다. 송 팀장은 “솔직히 선수 때 보다 더 긴장된다. 하루하루 떨리는 마음으로 선수들을 응원하며 시즌 종료를 기다리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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