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무게 덜어낸 유쾌한 동물 형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조각가 한선현 개인전

퍼플하트에 조각한 ‘흰꽃염송이’. 10cm 두께의 양감에서 작가가 쏟은 힘과 세월이 느껴진다. 아트파크 제공
퍼플하트에 조각한 ‘흰꽃염송이’. 10cm 두께의 양감에서 작가가 쏟은 힘과 세월이 느껴진다. 아트파크 제공
길게 뻗은 통나무 외길을 목각 양 한 마리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나아간다. 2002년부터 ‘염소’와 ‘만남’이라는 주제를 놓지 않는 조각가 한선현(45)의 10번째 개인전 ‘염소의 꿈, 그리고 만나다’. 호젓한 지하 갤러리와 달리 1층 전시실은 오밀조밀한 구경거리로 가득한 장난감 가게를 닮았다.

한선현은 1996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우연히 만난 성당문 목조장 클라우디오 키아피니에게서 나무 부조 기술을 배웠다. 수개월의 숙성 과정이 필요한 메르바우, 퍼플하트 등 육중한 목재로부터 재료의 무게를 덜어내듯 귀엽고 유쾌한 동물 형상을 뽑아낸다. 120여 점의 조각, 드로잉, 설치 작품마다 “상상의 세계를 믿었기에 사물을 얕잡아 보거나 꿈을 의심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기억을 믿는다”는 작가의 너털웃음이 배어 있다.

얼룩말 엉덩이를 깎아 내밀어 놓고 항문 한가운데를 표적 중심으로 만든 다트 판. “화려하게 주목 받지 못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당당하게 제 길을 가는 캐릭터”라는 진지한 설명 뒤에 애써 감춘 주체 못할 장난기를 확인할 수 있다. 10월 12일까지 서울 삼청로 아트파크. 02-733-85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한선현 개인전#염소#만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