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추석]착한 차례상 준비됐나요, 제가 먹어보겠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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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PD에게 듣는 한가위 먹거리 X파일

‘착한 먹거리 전도사’ 이영돈 PD는 “이번 추석에는 합성 조미료 대신 천연 재료로 만든 ‘엄마표 조미료’로 건강한 명절 음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한복협찬 박술녀한복
‘착한 먹거리 전도사’ 이영돈 PD는 “이번 추석에는 합성 조미료 대신 천연 재료로 만든 ‘엄마표 조미료’로 건강한 명절 음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한복협찬 박술녀한복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그의 말투는 많은 연예인들이 따라하는 유행어가 됐다. 최근에는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방송국 PD로는 처음으로 시구까지 했다.
채널A의 간판스타 이영돈 PD 얘기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그를 알아본 시민들이 찾아와 사인을 청했다. 추석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 PD를 만나 추석 먹거리 얘기를 들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 떡집’으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떡의 미학’에서다.》

―추석 땐 ‘착한 송편’을 빚어 먹겠네요.

“떡집에서 송편을 사다 먹은 지 오래됐어요. 그래서 일일이 손으로 재료를 다듬어 정성스레 만드는 이곳 ‘착한 떡집’이 더 정겹게 느껴져요. 어렸을 때 집에서 가족이 다 같이 둘러앉아 송편 빚던 생각도 나고요. 송편 속에 고춧가루랑 모래를 넣어서 장난을 쳤는데 운이 없게도 고춧가루 송편을 집어 먹은 적이 있죠.”

―어렸을 적 먹던 음식 중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가요.

“어머니가 막걸리를 넣어 해 주셨던 ‘술빵’이 가끔 생각나요. 커다란 통에 수증기로 푹푹 쪄서 먹으면 정말 맛있었거든요.”(옆에서 듣던 떡집 사장님이 ‘술빵’이 아니라 ‘증편’이라고 떡 이름을 바로잡아 주었다.)

―집안의 독특한 명절 음식은요.

“특별하게 해먹는 건 없어요. 옛날과 달리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연장선에서 ‘착한 차례상’ 운동을 해볼까 해요. 예전처럼 먹을 게 귀한 시절도 아닌데 많이 요리해서 결국엔 다 남기잖아요. 고기나 기름진 전이 많아서 남은 음식 아깝다고 먹다가 살도 찌고요. 그 대신 신선한 재료로 간소하게 차리는 건강한 차례상을 차리도록 하는 거죠.”

―가족과 식사할 때도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며 평가하진 않는지요.

“음식 할 때 조미료 넣지 말라고 아내에게 잔소리 많이 하죠. 소금도 전혀 안 넣어요. 잔소리는 체질이에요. 안 하려고 굳게 마음먹고 밤마다 반성하는데, 안 좋은 게 보이면 자동적으로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후배 PD들에게 ‘벼락 호통’으로 악명이 높으시죠. ‘이건 바퀴벌레가 편집했느냐’ 등 혼내는 레퍼토리도 다양하다고 하던데요.

“안티가 많은 걸 저도 알아요. 잔소리를 해도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면 그 후배에게는 말이 막 나가거든요. 근데 야단맞은 후배는 다 기억할지 몰라도 저는 무슨 말로 혼냈는지 기억도 못 해요. 예전엔 후배를 혼내는 게 아니라 후배의 프로그램을 혼낸다는 생각으로 냉철하게 대했는데…. 그래서 요즘은 잔소리 강도가 좀 약해졌죠.”

―워커홀릭인가요.

“나이 성별 경력 모든 조건을 떠나 PD는 철저히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PD가 존재하는 건데, 만약 후배 PD가 자막이나 편집을 이해하기 어렵도록 불친절하게 해 놓으면 화를 못 참아요. 일하는 시간으로만 따지면 하루 90% 정도를 일하거나 일과 관련된 술 약속에 써요. 집에 와서는 여러 채널 돌려 가며 TV 프로그램 모니터링하다 오전 2∼3시에 잡니다.”

―먹거리 외에 다른 분야의 ‘X파일’이 나올 가능성은 없나요.

“화장품 성분으로 ‘X파일’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천연 성분으로 만든 ‘착한 화장품’ 같은 것도 선정하고…. 하지만 자칫 실수했다간 법적 소송도 예상되고, 쉽지 않을 거예요. 지금 먹거리 하는 것만으로 힘든데 화장품까지 확대하면 저는 말라 죽을지도 몰라요.”

―얼마 전엔 프로야구 시구도 하셨죠.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면 짜릿짜릿한 느낌이 들어요. 시구도 마찬가지였죠. 근데 막상 하겠다고 결정해 놓고 어떻게 던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떡으로 야구공 모양을 만들어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하고 공을 먹어버렸죠.”

―‘제가 한번…’이 유행어가 될 줄 예상했나요.

“전혀요. 원래 말투대로 한 것뿐이에요. 많은 분이 다음 유행어로 뭐 없느냐고 묻지만 준비한 게 없네요. 유행어 만들 생각을 하기보단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죠.”

―끝으로 ‘착한 먹거리 전도사’로서 명절 음식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지금까지 우리 입맛을 왜곡시켜 온 3요소를 빼고 요리해 보시길 권해요. 합성조미료(MSG), 소금, 빙초산이 들어간 합성식초를 빼면 건강한 명절 음식이 될 겁니다. 되도록이면 싱겁게 먹고, 양조식초나 발효식초 같은 몸에 부담이 덜 가는 것으로 양념하세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으니 맛이 없긴 할 텐데…. 그건 엄마의 요리 솜씨로 극복해야 할 것 같네요.”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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