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렵게 열리는 3자회담, 민생 메시지 도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3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힘들어진 것 아니냐며 3자회담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고심 끝에 참여를 선택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겠다고 한 만큼 만남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약했다. 서로 마주 보고 정국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걷어차고 장외 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상생의 정치가 될 수 없다. 김 대표로서는 유권자들의 ‘추석 민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하다.

그럼에도 김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3자회담 이후에 경색된 정국이 더 꼬일 것 같은 불안감도 지울 수 없다. 김 대표는 “오직 굴종만을 요구한다. 공포와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대화 상대를 한껏 깎아내렸다. 그는 오늘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회 중심의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채 총장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 배후론을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채 총장의 사퇴 과정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는 국민도 궁금하다. 3자회담의 발언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한다. 추석 밥상에서 국민은 여러 현안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릴 것이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일이다. 야당 대표로서 이 문제에 대해 따질 것은 확실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3자회담을 계기로 무엇보다 대화 정치, 원내 정치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의 지속을 위한 빌미로 3자회담을 이용한다면 여야 관계는 더 냉각되고 모두 패자가 되고 만다. 오늘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민생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협조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이 어떤 추석 선물을 만들어 낼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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