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의 폭주기관차… 내친김에 ‘日로 매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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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레드 플래그’ 낸 3인조 펑크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옐로우 몬스터즈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와 아이돌 그룹 위주의 가요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3집 앨범 ‘레드 플래그’(붉은 깃발)에 담았다. 왼쪽부터 보컬과 기타를 맡은 이용원, 드럼의 최재혁, 베이스 한진영.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옐로우 몬스터즈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와 아이돌 그룹 위주의 가요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3집 앨범 ‘레드 플래그’(붉은 깃발)에 담았다. 왼쪽부터 보컬과 기타를 맡은 이용원, 드럼의 최재혁, 베이스 한진영.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소리에 미친 듯이 끌려들거나 하는 시기란 인생에서 극히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그렇다면, 세 남자의 긴 잠깐이 괴물을 만들었다.

3 인조 펑크 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음악은 폭주기관차 같다. 록 그룹인 메탈리카의 질주감과 그린 데이의 청량감으로 철로를 내달리다 후렴구에 접어드는 순간 팝적인 멜로디와 화성을 소나기처럼 터뜨린다. 듣는 사람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하는 이들의 음악은 자유로 드라이브나 슬램(slam·관객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음악을 즐기는 것)의 사운드트랙으로 제격.》

나이 들수록 조용하거나 말랑한 음악으로 이행하는 게 보통인데 30대 중후반의 세 남자, 이용원(33·보컬 기타) 한진영(37·베이스) 최재혁(38·드럼)은 20대 때 각자 다른 밴드(검엑스, 마이 앤트 메리, 델리 스파이스)에서 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음악을 위해 2010년 의기투합했다. 두 장의 정규앨범, 한 장의 미니앨범을 전부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려놨다.

‘밴드들도 PD에게 몸 팔아/PR을 잘해야만 넌 TOP BAND!’(‘썩은 막걸리’ 중) ‘로큰롤 스타? 대기업 노리개!/하루살인걸’(‘아이 돈트 워너 비 위드 유’ 중)

옐로우 몬스터즈가 12일 발매한 3집 ‘레드 플래그’(붉은 깃발)는 이들의 앨범 중 가장 살벌한 작품이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와 아이돌 그룹 위주의 가요계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는 언어로 쏟아낸다. 리더 이용원은 “‘레드 플래그’, 붉은 깃발은 경고를 뜻한다. 잘못된 문화와 정치에 대한 불만을 담았다”고 했다. 이들은 밴드가 출연하는 모든 TV 오디션 프로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

“가장 큰 불만은 자기 신념을 지켜온 록 밴드들마저 유행을 따라갔다는 거죠. 공연장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대신 미디어에 치중해 인기에만 연연하는 것, TV의 노리개에 불과해요.”(이용원) “할 말을 TV 안에선 할 수 없잖아요. 록 밴드가 심사위원 앞에서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합격, 불합격을 두고 노심초사하다니….”(한진영) “슬레이어와 그린 데이(미국 록 밴드)를 붙여놓고 우열을 가리는 일, 웃기지 않나요?”(최재혁)

신작 ‘레드 플래그’는 4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틱한 앨범이다. 3곡씩을 같은 주제 아래 묶었다. 1부 ‘레이즈 유어 플래그’(깃발을 들어라)부터 4부 ‘마이 송스 낫 엔디드’(나의 노래는 끝나지 않아)까지. 몬스터즈 음악 중 처음으로 재생시간이 6분을 넘는 대곡 두 개(첫 곡 ‘레드 플래그’, 마지막 곡 ‘앤드’)로 앨범을 시작하고 닫는다. 옐로우 몬스터즈, 타루, 로지피피가 속한 음반사 올드레코드의 대표이기도 한 이용원은 회사 업무와 음반 작업 스트레스에 3개월의 앨범 작업 기간 동안 지독한 우울증에 빠졌지만 이를 음악으로 극복해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 올해 일본 오키나와의 록 페스티벌에 초청된 이들은 18일 일본에서 첫 정규앨범 ‘라이엇!’을 내놓고 연말에는 일본 순회공연에 돌입한다. 그에 앞서 9월 27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 전국투어 첫 공연(4만원·02-324-0784)을 연다. 대구, 부산, 광주, 천안, 전주에서 10월까지 공연이 이어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펑크 록#옐로우 몬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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