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父子 ‘종합제철소’의 꿈 이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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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
1, 2, 3고로 7년 대역사 마무리

《“제철은 산업의 중추다. 철강 생산능력이 증대되면 기간산업 성장이 견실해져 국가경쟁력도 강화된다.” ― 故정주영 회장》

“하나, 둘, 셋!”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5)이 구호에 맞춰 제3고로(高爐) 아래쪽 송풍구로 점화봉을 집어넣었다.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 있는 고로 하단부에 불이 붙었다. 정 회장은 감격스러운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현대제철은 13일 충남 당진시 당진제철소 제3고로에서 화입식(火入式)을 가졌다. 정 회장은 “100년 동안 꺼지지 않을 불을 지피니 감회가 새롭다”며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향한 끝없는 도전을 계속해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고로 설계 및 제작사인 룩셈부르크 ‘폴워스’의 마크 솔비 사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 세계 11위 철강사로 부상

제3고로는 기존 1, 2고로와 동일한 규모(최대 지름 17m, 높이 110m, 내용적 5250m³)로 연간 400만 t의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제3고로가 연말쯤 본격 가동되면 고로 생산량 연간 1200만 t 체제를 구축한다. 기존 전기로(연 1200만 t)를 더하면 현대제철은 연간 2400만 t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춰 세계 11위 철강사가 된다.

김상규 현대제철 제철사업실장(상무)은 “연간 1200만 t 규모의 고급 철강재가 국내에 공급되면 매년 8조900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06년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서 7년간 9조8845억 원(1, 2고로 6조2300억 원, 3고로 3조6545억 원)을 투자했다. 제3고로 완공으로 현대차그룹은 △쇳물 생산(현대제철) △자동차 강판 및 조선용 후판(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완성차(현대·기아차) △고철 재활용(현대제철)이라는 수직적 생산 체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국산업조직학회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건설로 20만6100명(건설 과정 9만5800명, 운영 과정 11만3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45조8810억 원(건설 과정 21조3240억 원, 고로 운영 과정 24조557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진제철소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를 밀폐형으로 하역, 이송, 보관하고 철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형 친환경 제철소로 운영된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내 23만6000여 m² 터에 1조 원을 들여 특수강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 아버지의 숙원사업을 아들이 완성

정몽구 회장 ‘꿈의 공장’ 불 지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13일 오전 충남 당진시 현대 제철 당진공장 제3고로 ‘화입식’에 참석해 점화봉을 고로 아래 송풍구로 밀어 넣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정몽구 회장 ‘꿈의 공장’ 불 지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13일 오전 충남 당진시 현대 제철 당진공장 제3고로 ‘화입식’에 참석해 점화봉을 고로 아래 송풍구로 밀어 넣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제3고로 가동은 현대가의 숙원이던 일관제철소의 대장정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꿈이었다. 그는 생전에 “제철은 산업의 중추다. 철강 생산능력이 증대되면 기간산업 성장이 견실해져 국가경쟁력도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만큼 철판을 많이 쓰는 회사가 또 어디 있냐. 우리가 직접 철강을 못 만들 이유가 뭐냐”며 일관제철소 건설 의지를 내비쳤다.

정 창업주는 1977년 정부에 제2종합제철소 설립 계획을 제출했으나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94년에도 부산 가덕도에 제3제철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과잉공급 논란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부친이 못 이룬 꿈을 이루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1996년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하며 제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한 뒤 2000년 삼미특수강, 2004년 한보철강을 잇달아 인수했다. 2006년 1월 고로제철소 설립인가를 받았다.

1, 2고로에 이어 3고로까지 가동됨에 따라 부자(父子)의 꿈은 실현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당진제철소는 설립 초기부터 3고로 체제를 목표로 설계됐다”며 “정 창업주의 꿈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관제철소: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가마에서 녹여 쇳물부터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반제품,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 각종 철강 제품을 모두 만들 수 있는 종합제철소.

당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몽구#현대제철#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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