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체장만 즐기는 지자체 국제행사, 다이어트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국제행사비를 국고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액수가 196건에 6360억 원이나 된다. 올해보다 43% 늘어났다. 경제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앞다퉈 국제행사 유치에 나선 탓이다. 지자체가 국제행사를 유치한 후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손을 벌리는 게 관행이 돼버렸다. 처음에는 소요 예산을 줄여 책정하고 심사를 통과한 뒤에 야금야금 사업비를 늘려가는 국책사업과 꼭 닮았다.

기획재정부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국제행사에 메스(수술 칼)를 대기로 했다. 앞으로 기초자치단체는 국고에서 1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국제행사를 주관할 수 없고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만 가능하다. 내년의 행사비용도 당초 요구한 금액의 3분의 1을 깎겠다고 한다. 정부는 5월에야 전체 행사비의 30%까지만 중앙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 전에는 이런 제한조차 없어 당초 한 국제행사에 50억 원을 요구했다가 결국은 1154억 원을 타간 지자체도 있었다.

광주시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처럼 보증서 내용을 조작했다가 관련 공무원이 구속된 게 엊그제 일이다. 지자체장들은 너도나도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업적으로 선전하며 재선 3선의 디딤돌로 삼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 세금만 새어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국제행사를 예산 증액용 이벤트로 이용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기재부는 국고를 지원한 국제행사를 사후에 엄격히 평가해 다음 예산 편성 때 혜택 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나라살림과 관련된 연설을 할 때마다 ‘납세자(tax payer)’ 얘기를 꺼낸다. 국민 세금으로 나라를 운영하니 정책을 펴기에 앞서 납세자 부담부터 먼저 생각하겠다는 다짐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그제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내년도 세수(稅收)도 부진할 것이므로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재정을 튼튼히 하려면 전시성 국제행사 억제와 지원 축소가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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