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상인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로 고객의 마음을 파고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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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부활

일본 시가현 나가하마 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6만 명의 쇠락하는 농촌도시였지만 1980년 들어 유리공예를 대표 상품으로 키워 일본의 명품 전통시장으로 부활했다. 나가하마=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일본 시가현 나가하마 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6만 명의 쇠락하는 농촌도시였지만 1980년 들어 유리공예를 대표 상품으로 키워 일본의 명품 전통시장으로 부활했다. 나가하마=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 중 가장 큰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시장마다 다양한 추석맞이 이벤트가 열리고 시장 주변 주정차가 일시 허용되는 등 전통시장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 기로에 선 전통시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통시장은 대략 1500개, 시장 내 점포는 20여만 개, 상인은 35만 명을 헤아린다. 그런데 이 수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매출도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전통시장은 2006년 29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21조1000억 원으로 30%나 감소했다.

전통시장이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복합적이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 대기업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새로운 경쟁자가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시장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여러 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유통시장 환경 변화’라는 도도한 흐름을 인식한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여 시설현대화사업, 경영현대화사업 등을 지원해 왔고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이제는 발상과 관점을 좀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처럼 본사 주도의 일사불란한 경영을 하는 조직체가 아니다. 수많은 상인이 모여 형성된 자연발생적인 느슨한 연합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차별화 방안과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일까? 상인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자극하고 이를 지원하는 전략이 해답이다.

○ 고객의 눈으로 생각하고, 엮어내야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은 반찬은 시장의 가게에서 골라 담아오고 밥과 국은 도시락카페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내맘대로 도시락’을 판매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의 취약점인 배송 문제 해결과 판로 확충을 위해 통합 콜센터 및 무료배달 공동배송센터를 설치하고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대구 안지랑시장은 상인 대표의 주도로 상인과 구청의 공동구매를 통해 공동 브랜드인 ‘안지랑 곱창’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시들어 가던 골목 상가가 ‘젊음의 거리’로 부활했다.

일본 전통시장에 가 보면 ‘일점일품(一店逸品)’ 캠페인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개별 점포가 가장 자신 있는 한 가지 상품을 고객에게 부각시키는 운동’을 말한다. 그런데 이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사업이 아니다. 상인들이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벌이는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중요한 것은, 상인들이 이러한 캠페인을 실행하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개별 점포는 물론 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는 점이다. 시장 상인들은 소비자 기호의 변화, 모바일 정보기술(IT) 확산, 여성의 사회진출 가속화 등 예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먼저 주변 점포, 상인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고객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지고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를 탓하거나 두려워할 겨를이 없다. 정면으로 부닥쳐서 풀어 나가야 한다. 핵심은 ‘고객의 눈으로 생각하고 서로 소통하며 엮는 것’이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ks.lee@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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