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신흥국 잇는 ‘중견국 외교’ 시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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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어제 러시아 도착… G20 정상들과 세계경제 논의
양측 갈등 조정… 가교역할 나설 듯
“일자리 창출 관련 선도 발언을”… 의장국 러, 朴대통령에게 부탁

박근혜 대통령이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이번 회의는 박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이번 회의는 박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7박 8일간의 해외 순방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5, 6일 이틀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다자외교 데뷔 무대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 성장과 양질의 고용창출’을 주제로 진행된다. 5일 참석 정상들을 위한 환영행사로 공식 일정을 시작해 6일 G20 정상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폐막된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이로 인한 신흥국들의 경제위기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던 미국이 이달부터 자산 매입 등의 방식으로 달러화 회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이에 대해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이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를 추진해선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G20 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치열한 설전이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이슈 이외에 시리아 사태 등 뜨거운 국제 현안도 논의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문제는 물론이고 미국의 비밀 정보수집 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임시 망명 등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와 영토분쟁 등을 둘러싼 한중일 3국 갈등 같은 민감한 지역 이슈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의 첫 연설은 5일 오후(현지 시간) 열리는 ‘성장과 세계경제’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이뤄진다. 박 대통령은 선진국에는 ‘미국의 출구전략이 신흥국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신흥국에는 ‘경제적 외부 충격을 막을 안전망 확보를 위해 거시경제를 안정 운용하는 건전성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강조할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즉 세계 경제위기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천명해 이들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의 5일 연설은 선진국 정상들의 발언이 끝난 뒤 신흥국 정상들의 발언이 시작되기 전에 있을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의 연설이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경우 성공적인 ‘중견국 외교’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은 6일 오후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주제로 열리는 세션에서는 ‘선도발언(lead speech)’을 통해 한국 정부가 시행 중인 ‘고용률 70% 로드맵’을 소개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세계적인 고실업과 불균형 성장의 원인 및 해결책을 내년 호주 G20 회의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일자리 창출 주제는 회의 의장국인 러시아가 강한 의욕을 보이며 의제에 포함해 별도 세션까지 마련했으며 특별히 박 대통령에게 선도발언을 부탁했다고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일자리 창출 이슈가 다음 호주 회의까지 이어지는 모멘텀(계기)이 마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선도발언에 대해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 점점 영향력이 약화되는 G20의 위상과 기능을 끌어올리는 ‘촉진자’ 역할을 한국이 맡겠다는 의지와 그에 대한 회원국들의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 4개국 정상과 각각 양자회담을 연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동정민 기자·윤완준 기자·세종=박재명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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