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진성]자사고 일반고 문제의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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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대표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대표
교육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특수목적고(특목고)에 밀려 크게 위축된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일반고의 교육과정에 재량권과 재정지원을 늘리고, 자사고 학생은 성적이 아닌 추첨으로 선발하고, 자공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 선발권이 없고 수업료만 비싸다면 학생들이 굳이 지원할 이유가 없는 만큼 자사고의 운명은 시간문제다.

필자는 그간 고교 다양화는 평준화 해제를 통해 성취해야지 평준화 체제 아래서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를 양산하여 해결할 일이 아님을 강조해왔다. 일반고가 활력을 잃은 것은 고교에 진학하면서 성적 우수 학생은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로 빠져나가고 중간 성적의 학생은 대입 내신성적이 유리한 전문계 고교로 빠져나가 나머지 학생이 일반고로 배정된 데다 종래의 고입연합고사가 없어지면서 성적 최하위 학생까지 일반고에 배정돼 학생 구성이 더욱 이질화 하향화됐기 때문이다.

1974년 시작한 고교 평준화는 올해로 39년, 그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우리 스스로 국제경쟁시대에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봉쇄해 공교육 역량을 크게 떨어뜨렸다. 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학생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노력한다고 우수 학생이 오는 것도 아니다. 고교 평준화야말로 교사에게 무사안일과 태만과 무책임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수준이 다른 학생을 나이가 같고 학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교실에 집어넣고 가르쳤다. 알파벳을 못 쓰는 아이들과 영시를 읊는 아이들, 분수 계산을 못하는 아이들과 미적분을 푸는 아이들을 한 교실에 넣고 가르쳐 왔다. 아이들은 몰라서 잠자고, 알기 때문에 잠잔다. 잠자는 교실을 만든 것이 과연 선생님인가, 평준화제도인가. 교실 붕괴는 제도적 산물이다.

부유층 자녀들이야 공교육이 붕괴되어도 좋은 학원이나 비싼 과외로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서민층 자녀들은 그럴 수 없으니 평준화정책 최대의 피해자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평준화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정치권의 선동에 세뇌되어있다. 그래서 정부는 평준화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생각해 겁먹고 눈치만 본다. 이번 교육부 발표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감추고 변죽만 울리는 무책임한 대책이다. 그간 평준화 보완책으로 동원된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수준별 수업 중 어느 하나도 성공한 것이 없다.

그러나 평준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국민 설득 기간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1년간 고교 평준화를 국민 토론에 부쳐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합의를 도출한 다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 세계는 교육전쟁 중이다. 국가의 운명을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맡길 수는 없다. 지방자치와 연계하여 문제를 풀면 교육수요자가 원하는 경쟁력 있는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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