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총애받던 이춘구도 투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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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北작가센터 10여명 숙청 확인
정상급 소설가 김진성 2007년 수감, 정지용 아들 일가는 오지로 추방

1980년대 이후 북한에서 숙청돼 투옥된 작가 10여 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탈북 작가들이 주장했다. 이들 중에는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던 인기 작가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탈북작가단체인 ‘망명북한작가PEN센터’의 장해성 회장과 탈북 시인 이원필 씨는 북한 내 투옥 작가 명단과 이들의 박해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7일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국제PEN클럽 총회 투옥작가위원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나오는 북한 투옥작가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북한 최고 시나리오 작가로 불리는 이춘구(73). 이춘구는 김정일의 문화계 최측근 인사로 광복 전후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을 다룬 시리즈 전기영화 ‘민족과 운명’을 집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김정일의 총애를 받아 조선영화문화창작사 사장을 지냈고 ‘노력영웅’ 칭호도 두 차례나 받았지만 2008년 투옥됐다. 이원필 시인은 “김정일이 이춘구의 시나리오에서 수정할 부분을 지적했음에도 이춘구가 받아들이지 않자 격분해 투옥을 지시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정상급 소설가로 평가받는 김진성(70)도 2007년 체포돼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광복 직후 좌우 대립 정국에서 좌익 청년조직의 성장·발전과정을 그린 장편소설 ‘첫 기슭에서’를 썼다. 보고서에는 그가 2004년 발생한 용천역 폭발사고의 책임을 물어 처형된 김용삼 전 내각 철도상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로 투옥된 것으로 나온다.

이 밖에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작가 이진우(73), 4·15문학창작사 당 비서 출신인 작가 박유학(75), 양강도 작가동맹 위원장을 지낸 소설가 조재흥(73)도 북한 체제를 비판한 발언 등이 문제가 돼 요덕수용소 등에 갇혀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일제강점기 ‘구인회’ 회장을 지낸 시인 정지용의 아들 구인 씨 일가는 아버지를 포함한 구인회 멤버들의 친일 행적에 대한 연좌책임을 지고 양강도 풍서군의 산간 오지로 추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망명북한작가PEN센터가 올해 5, 6월 중국-북한 접경지대에 있는 취재원을 북한으로 들여보내 현지 문인들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그동안 문헌조사를 통해 북한 작가에 대한 정치적 박해와 투옥 현황을 연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현지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탈북 작가들은 밝혔다. 장해성 회장은 “체제유지 작품만을 허용하는 북한에선 작가에 대한 정치적 박해와 투옥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 작가들의 박해 실태를 계속 조사해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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