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3>캐나다 여성작가 마거릿 애투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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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전쟁, 핵문제… 디스토피아 현대문명에 섬뜩한 경고음

캐나다를 대표하는 현대 여성작가 마거릿 애투드는 작품활동을 통해 여성과 환경, 핵문제와 전쟁 등 현대문명의 제반 문제들을 비판해 왔다. 녹색당과 국제사면위원회에 가입해 현실문제에도 적극 발언하는 참여 지향적 작가다. 민음사 제공
캐나다를 대표하는 현대 여성작가 마거릿 애투드는 작품활동을 통해 여성과 환경, 핵문제와 전쟁 등 현대문명의 제반 문제들을 비판해 왔다. 녹색당과 국제사면위원회에 가입해 현실문제에도 적극 발언하는 참여 지향적 작가다. 민음사 제공
《 제3회 박경리문학상의 세 번째 후보는 캐나다 출신 작가 마거릿 애투드(74)다. 자본주의와 기술문명으로 상징되는 현대문명의 여러 문제를 치열하게 탐구해 캐나다 출신 영미권 작가 중 최고로 꼽히는 애투드의 작품세계를 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가 소개한다. 193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난 애투드는 토론토대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미국 뉴욕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영미권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1961년 시집 ‘더블 페르세포네’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래 지난 50여 년간 50여 권에 이르는 소설과 시, 평론, 아동문학, 논픽션을 발표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한국어 번역본 ‘그레이스’(1996년)나 ‘눈먼 암살자’(2000년)로 친숙하다. 》

애투드는 캐나다 문학을 정립,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가 등단한 1960년대는 캐나다가 독립국가로서의 자주의식을 찾기 시작한 시기였다. 캐나다 문학 1세대인 그는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고 미국과 국경을 맞댄 ‘문화적 식민지’인 캐나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앞장섰으며 이를 위해 캐나다 문학을 정리하고 안내하는 비평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애투드의 진정한 문학적 성취는 국가나 젠더의 경계를 넘는 그의 작가의식과 현대문명의 여러 문제를 대하는 치열한 도전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과 환경, 핵문제, 전쟁과 폭력 등 자본주의와 기술문명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비판과 폭로, 경고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다.

1969년 발표한 소설 ‘먹을 수 있는 여자’는 마리안이란 이름의 젊은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소비에 중독된 현대사회에서 거식증을 통해서 밖에는 저항할 수 없는 개인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시녀 이야기’(1985년)와 ‘인간종말 리포트’(2003년)는 디스토피아적 현대문명에 대한 작가의 섬뜩한 경고로 다가온다. ‘시녀 이야기’에서는 핵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인구 대다수가 불임이 돼 출생률이 급락한 세상에서 소수의 가임여성이 소수 남성 독재자의 생물학적 노예로 추락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유전자를 조작해 완벽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실험 대상이 된 인간의 몸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인간 종말 리포트’는 영생과 불멸이 아닌 대재앙을 부르고 마는 인간의 탐욕과 오만을 보여준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올해 집중 논의한 1996년 작 ‘그레이스’는 기억 속 진실 찾기라는 주제를 집중 탐구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작가는 1843년 북부 캐나다 오지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살인사건의 신문 기사와 인터뷰, 사건기록을 참조해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의 주인공인 하녀 그레이스는 자신의 주인과 그의 정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정신과 의사, 사회개혁가, 최면술사 등 당대의 다양한 지식인들이 등장하지만 회상과 환청, 산 자와 죽은 자, 광기와 제정신 사이에서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레이스는 때로는 침묵하고 때로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면서 그들의 박애주의와 기대, 위선을 교란시키고 그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것을 피해 간다. 힘찬 문장과 해학, 통찰력, 다양한 기법과 인물묘사 등 애투드의 탁월함이 빛나는 작품이다.

애투드는 이미 아서 클라크 상, 부커 상을 비롯한 주요 영미 문학상들을 석권했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포함해 그가 받은 명예박사 학위만 10개가 넘는다.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작가의 사회적 참여를 믿는 작가는 녹색당, 국제사면위원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긴박한 현실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개입해왔다.

독자들은 이제 그의 작품이 줄기차게 지적해온 현 세기의 질병과 혼돈을 넘어서는 전망, 낮지만 명료한 새로운 소리를 듣기를 원하고 있다. 그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숙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   

○ 서숙 심사위원은…

이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미국 하와이대 문학박사. 저서로 ‘서숙 교수의 영미소설 특강’(전 4권)이 있고 산문집 ‘따뜻한 뿌리’를 썼다. 제1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마거릿 애투드#박경리 문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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