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카페 ‘길’ 운영 할머니들, 인생의 새 길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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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복지재단, 정선에 문열어
할머니 6명이 3일에 한번씩 근무 “이 나이에 일한다는 사실이 즐거워”

강원 정선군 사북읍 사북시장의 카페 ‘길’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강원랜드복지재단으로부터 창업비용을 지원받은 이 카페는 개업 3개월 만에 시장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정선군 사북읍 사북시장의 카페 ‘길’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다. 강원랜드복지재단으로부터 창업비용을 지원받은 이 카페는 개업 3개월 만에 시장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주부 이성옥 씨(72)는 요즘 살맛이 난다. 결혼 후 40년 넘게 남편 뒷바라지와 6남매를 키우는 데 힘썼다. 직접 돈을 벌어본 것은 결혼 전 1963년 그만둔 직장 생활이 마지막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직장을 찾았다. 강원 정선군 사북읍 사북시장에 있는 카페 ‘길’이 그의 일터다. 6.6m²(약 2평) 남짓한 공간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지만 그에게는 50년 만에 가져보는 직장. 이 씨는 “일을 하다 보니 삼복더위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일을 한다는 사실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 씨뿐만이 아니다. 카페 길은 할머니 6명이 운영하는 가게다. 이들은 2명씩 조를 이뤄 3일에 하루씩 근무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손님이 몰릴 때는 1∼2시간은 잠시 앉을 틈도 없이 바쁘지만 할머니들은 카페에서 일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페 길은 5월 문을 열었다. 강원랜드복지재단이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 공모를 했고 정선지역자활센터가 ‘할머니 카페’ 기획으로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 이후 자활센터가 참여자 모집과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카페 길이 탄생했다. 강원랜드복지재단이 가게 임차료와 집기 구입비 등으로 3500만 원을 지원했지만 개업 후 모든 운영은 할머니들이 맡고 있다. 메뉴와 가격 선정부터 근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할머니들의 몫이다. 여름철 팥빙수 메뉴도 이렇게 탄생했고 지금은 여름이 지난 뒤 새로운 메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카페 길의 할머니들 연령은 62∼78세. 연령만큼이나 그동안 걸어온 길도 다양하다. 최고령인 정선자 씨는 중학 교사를 지냈고 2년 전까지 서울에서 과외, 부동산업, 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일했다. 카페 길은 서울에 살다 아들이 직장을 다니는 정선으로 내려온 뒤 처음 생긴 직장이다. 정 씨는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며 “쉬는 날도 나와 보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카페는 개업 3개월 만에 사북시장에서 명소가 됐다. 시장 상인들은 단골이 됐고 외지 관광객들도 할머니들이 일하는 이색 카페에서 발길을 멈춘다. 초기에 일요일은 쉬었지만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면서는 쉬는 날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하루 고객은 100∼150명. 하루 2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월급은 30만 원. 재료비와 임차료 등 지출 비용을 제외하고 일부는 적립한 뒤 나머지 금액을 6명이 나눈 금액이다. 금액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고객이 늘고 수익이 증가하면 월급도 오르게 된다. 그러나 할머니들에게는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돈보다 훨씬 큰 기쁨이다.

엄기자 씨(72)는 “이 나이에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즐겁다”며 “첫 월급을 타서 남편에게 맛있는 것을 사줬는데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나옥련 씨(62)는 “그동안 어린이집 조리사, 요양보호사 등 많은 일을 했지만 언니들과 함께 일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길#카페#강원랜드복지재단#지역 일자리 창출#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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