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야당과 마주 앉아 막힌 정치 뚫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작년 12월 31일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돼 야당과 여당이 힘을 합쳐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과 현실은 달랐다. 그날 처리할 예정이었던 2013년 새해 예산안은 여야의 막판 이견으로 헌정 사상 처음 해를 넘겼다. 동아일보는 올해 1월 2일자 사설에서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의식적으로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지 말고 의원 개개인을 성심성의껏 설득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제 “민생 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담판’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중재한 ‘3자회담’을 ‘민생’이라는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어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문제를 논의하는 양자회담을 먼저 하고, 박 대통령이 제안한 ‘민생회담’을 나중에 하자”고 다시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청와대와 야당이 엇나갈지 답답하다.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경제, 민생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박 대통령은 야당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여의도 정치’가 싫어도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법안 하나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은 “대통령의 성공 요건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타협의 정치로 바꿔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대표가 국회에 들어올 명분을 주어야 김 대표도 장외 투쟁을 고집하는 강경파를 설득해 국회로 들어가 국정을 논할 수 있다. 민주당의 변화를 유도하는 길이고, 여의도 정치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무리한 요구 조건을 내걸고 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있는 야당의 강경 투쟁에 박수를 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책임제에서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자면 결국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다.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퇴로를 열어주는 배려가 바로 정치이고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김 대표가 내민 손을 잡기 바란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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