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손 내밀어야 꼬인 정국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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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놓고 靑-野 평행선… 9월 정기국회 파행 가능성 커져
정치학자들 “대통령, 野와 타협하고 야당도 부정선거로 몰아가선 안돼”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5자회담(대통령, 여야 대표, 여야 원내대표)을 고수하고 민주당이 이 제의를 거부하면서 정국은 꼬여만 가고 있다.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선(先)양자-후(後)다자’ 회담 제의에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9월 정기국회의 파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민생 5자회담을 제안하면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 민생만 얘기하자”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학자들은 정국 대치에 야당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나서서 꼬인 정국을 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야당이 국정원 문제를 부정선거로 몰아가며 링 밖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듯 장외에서 투쟁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 그것 때문에 당선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이토록 극단적으로 대치할 일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협상과 타협, 양보”라며 박 대통령이 조금 양보해 야당에 손을 내밀어 마음을 열 것을 제안했다.

물밑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야당에 회군할 명분을 주고 야당 내 온건파의 입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박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가적 낭비의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정국 경색 책임의 화살 역시 ‘정쟁 국회’뿐 아니라 박 대통령 본인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 아닌 국정원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강요하는 민주당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 논란은 국회가 해결할 일’이라는 청와대의 인식은 문제라는 전문가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권력 분산’의 대통령제를 채택했지만 청와대 정부 여당이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사실상 ‘권력 융합’의 내각제처럼 운용되고 있다(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것이다. 즉, 항상 여당은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은 정부를 반대하는 왜곡되고 뒤틀린 정치구조의 현실을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다루는 국정원 문제에 대한 개입 불가론’을 펴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삼권분립에도 의회 협력 얻으려 노력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국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이라며 국회와 거리를 두고 정부에 필요한 일(민생)을 할 때는 국회의 협조를 얻으려는 태도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지낸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여당이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는 상황에서 지금의 국회 파행은 청와대의 결단과 협조 없이 풀기 어렵다”며 “국정원 문제는 대통령 자신과 상관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건 꼬인 정국을 풀 의지가 없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당정청 협의가 없고 행정부 정책이 곧바로 의회의 상임위원회로 넘어가는 ‘삼권분립의 나라’ 미국에서도 가장 높게 평가받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여야 할 것 없이 의회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정치권과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국회를 ‘정쟁의 본산’으로 비판만 하기보다는 여야와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국회와 유기적 관계를 맺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통의 지속 없이 집권 초를 넘겨 중반으로 넘어가면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대통령중심제에선 모든 사안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지는 게 숙명”이라며 “대화를 단절한 채 모든 걸 여의도 정치권에 맡기면 사태만 악화된다.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도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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