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통두레가 동네를 확 바꿨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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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지역문제 해결 주민모임… 10년 방치 쓰레기 치우고 화단 조성
“공동활동하며 진짜 이웃사촌 됐죠”

함께 가꾸는 마을 인천 남구 주안3동 기흥주택 인근 주민들이 27일 오전 텃밭과 화단을 정성스레 가꾸고있다. 이곳은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채 방치돼 있었으나 주민들이 합심해 쓰레기를 치웠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함께 가꾸는 마을 인천 남구 주안3동 기흥주택 인근 주민들이 27일 오전 텃밭과 화단을 정성스레 가꾸고있다. 이곳은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채 방치돼 있었으나 주민들이 합심해 쓰레기를 치웠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7일 오전 8시경 인천 남구 주안3동 기흥주택. 김현자 통장(65·14통)과 동네 주민들이 화단과 텃밭을 가꾸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달 전 텃밭에서 수확한 오이와 호박은 동네 주민들과 나눴고 지금은 상추와 대파를 키우고 있다. 9월에는 배추를 심어 김장철에 이웃과 나눌 계획이다.

채소와 꽃이 자라고 있는 텃밭과 화단은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4t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여름이면 악취가 심했고 벌레도 들끓었다.

이 쓰레기는 동네 주민들이 버린 것이었다. 주안3동은 지은 지 20∼30년의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10여 년 전부터 재건축·재개발 움직임이 활발했다. 원주민 가운데 일부는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올해 1월 결성된 ‘통두레모임’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통두레모임’은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구나 동사무소가 적극 지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

김 통장은 2월 통두레모임에서 “골칫거리인 쓰레기를 우리 스스로 치워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김 통장은 3월 초 혼자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동네 주민 2명이 동참했다.

하루 뒤에는 노인 청소년 등 30여 명의 주민이 같이했고 6일 만에 쓰레기를 모두 치울 수 있었다. 동주민센터는 대형 봉투와 차량을 지원했다.

그 뒤 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마을 텃밭과 화단을 조성했다. 사회적기업인 도시농부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아 꽃과 채소류를 심고 가꾸는 방법을 배웠다.

김 통장은 “구나 동사무소가 쓰레기를 치워줬다면 주민들은 ‘쓰레기가 쌓이면 구나 동사무소가 해결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또다시 쓰레기를 버렸을 것”이라며 “주민 스스로 땀을 흘려 10여 년째 방치된 동네의 현안을 해결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본 이웃 동네에서는 낡은 벽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벽화 그리기 사업을 펼쳤다. 남구 주안8동 연흥 광명 통두레모임에서도 어르신들이 중심이 돼 동네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학교 주변 청결, 방범 순찰 활동을 벌여 호응을 얻고 있다.

남구는 통두레모임을 만들기 전 지역 실정에 밝은 통장과 단체를 대상으로 커뮤니티 형성과 문제 해결 과정 등 성과를 구성원들이 기록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또 60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벽화 그리기 등 36개 강좌를 수강하게 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통두레모임이란 소규모 지역 공동체가 지역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좀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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