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도, 금리 올리고 달러 풀고… ‘換방어’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신흥국 외환위기 차단 대책 쏟아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하반기 출구전략을 공식화한 21일(현지 시간) 주요 신흥국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각종 방어책을 내놓는 등 분주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1990년대 중반 각국 통화를 차례로 함락시킨 유명 헤지펀드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같은 환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 상황이 통제 불가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총력 방어전에 들어간 신흥국

터키 중앙은행은 21일 해외 투자자들이 채권을 마구 팔아치워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한때 9.75%까지 급등하자 매일 1억 달러를 시중에 풀겠다는 강수를 뒀다. 하루 전 해외 투자자들을 잡아두고 자국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7.75%로 0.5%포인트 올렸으나 효과가 없자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22일 터키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5월 이후 자국 국채에 투자한 해외자금의 4분의 1이 빠져나간 인도의 상황은 더욱 급박하다. 인도 정부는 23일부터 800억 루피(약 1조3750억 원)를 시중에 풀겠다고 발표하고 인도 기업의 해외 투자 및 금과 은 매입 자제령도 내렸다. 해외에 나가 있는 약 2500만 명의 인도인에게 ‘국외 채권’을 사달라는 정책까지 시행할 태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인도가 최초로 국외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어 외환위기를 막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도 델리의 컨설팅업체 테크노파크 어드바이저스의 아빈드 싱할 대표는 “인도 정부가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단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그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또 다른 개발도상 강국인 브라질도 다음 주 외환위기 방어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일제히 전했다. 알렉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장은 19일 “시장이 금리인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가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맺은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 이상의 통화스와프 협약을 연장하고 다음 주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23일 빠져나가는 달러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아르미다 알리샤바나 국가경제기획청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각종 세금을 면제해 투자를 활성화 방안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 밧화 가치가 4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태국도 시장안정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링깃화 방어를 위해 최근 10억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 ‘독이 든 성배’를 든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가 높아지자 ‘신흥국들이 달러가 넘쳐날 때 미리 미리 구조개혁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인상을 통한 환율 방어와 같은 현재의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약방문이며 자칫 자국 경제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양날의 칼’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유출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2008년 금융위기 후 수년간 이어온 통화팽창 정책에서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긴축 정책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씨티그룹의 신흥국 채권 및 통화전략가인 루이스 코스타는 로이터통신에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용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들이 향후 수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겠지만 이것이 구조개혁에 나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을 고통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위기가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신흥국#외환위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