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무상보육, 여성취업에 도움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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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해도 정부가 어린이집 비용 지원
‘엄마 취업〈 보육시설 이용’ OECD 유일
“세금 짜내기前 복지 재설계” 목소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행 무상보육 정책이 정부의 핵심 공약인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복지예산 마련을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정부는 무리한 ‘세금 짜내기’에 나서기 전에 이처럼 효과가 떨어지는 복지정책부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20일 ‘보육·유아교육 지원에 관한 9가지 사실과 그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보육 지원은 여성 고용률 제고라는 정책 목표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확대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보육·유아교육 예산은 2009년 4조8000억 원에서 올해 12조3000억 원으로 불과 4년 만에 2.6배로 불어났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경쟁으로 인해 보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지원 금액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윤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 지원은 0∼5세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며 “이는 엄마의 취업 여부나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하는 다른 선진국과는 비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일률적인 보육 지원이 일하는 여성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육 수요가 폭증해 마땅한 어린이집을 찾기 어려워진 데다, 상대적으로 아이를 늦게 데려가는 맞벌이 부모를 꺼리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취업한 여성이나 전업주부를 가리지 않고 보육·양육비를 지원함에 따라 여성의 근로의욕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0∼2세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33.2%)은 자녀의 보육시설 이용률(48.7%)보다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 일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여성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는 이처럼 별다른 효과도 없는 무상보육 정책으로 매년 수조 원의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윤 연구위원은 “스웨덴이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는 것도 복지 혜택이 주로 취업 여부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복지제도도 정책 목표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무상보육#여성 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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