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경영상 판단엔 배임죄 묻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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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형사적 개입땐 경영활동 위축”
‘일정액 이상 가중처벌’ 추진에 우려

기업인의 경영상 판단에 대해서는 상법상 배임(背任)죄를 묻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기업인이 업무상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처벌하는 배임죄는 기준이 모호해 ‘누구나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상법상 특별배임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배임죄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한국기업법학회, 한국상사법학회 회장을 지낸 상법 전문가다.

최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형법상 배임죄에 관한 규정이 미흡해 사회 분위기가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며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김 회장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4월 횡령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법학 전문가들은 독일 일본 등에도 배임죄가 있지만 한국 배임죄의 적용 요건이 가장 모호하고 광범위하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기업인들은 사심 없이 행동하고 개인적 이득을 취한 적이 없어도 나중에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상법을 고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에는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인이 배임으로 회사에 일정액 이상의 손실을 끼칠 경우 집행유예와 사면을 금지하는 경제민주화법안도 지나치다고 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을 강화해 횡령, 배임에 대해 집행유예를 막는 것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최 교수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은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상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기업인#경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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