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그녀…다시 맞는 ‘춘자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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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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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춘자. 사진제공|가온엔터테인먼트
가수 춘자. 사진제공|가온엔터테인먼트
춘자의 첫 인상은 강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2004년, 민머리에 문신, 폭탄머리 가발을 객석으로 던지는 퍼포먼스로 춘자는 대중과 처음 만났다. 파워 보컬을 앞세운 음악도 거칠었다. 강렬했던 첫인상은 불편한 선입견을 불렀다.

“강렬했던 첫인상 때문에 손해 본 게 참 많다. 특히 사람을 때린다는 선입견은…, 참…. 강해 보이니까, 매사에 전투적인 줄 안다.”

“한때 좀 놀기도” 했지만, 춘자의 지금 일상은 건전하고 건조하다.

술은 마시지 않고, 운동과 레저활동을 즐기며 항상 체력을 관리한다. 수상스키, 골프, 모터스포츠가 특기이자 취미다. 드리프트(차를 옆으로 미끄러지게 하면서 주행하는 기술) 자격증도 얼마 전 취득했다.

사생활도 없다. 소속사 사람들과 가족처럼 격의 없이 지내다보니 ‘혼자만의 시간’도 갖질 않는다.

“무대에서만 그렇게 강렬했던 것인데” 사람들은 춘자를 ‘위험인물’로 본다.

그렇다고 춘자는 머리카락을 기르고 조신한 여성처럼 행동하는 것도 싫다. 과거, 발라드 노래로 활동하면서 치마 입고 긴 머리카락도 붙였던 춘자는 “그때 잠깐 활동했는데 참 힘들었다”며 허허 웃는다. “고교 때부터 빡빡머리”였던 춘자는 군인처럼 깎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지금 머리는 많이 기른 것”이라며 다시 허허 웃는다.

30대 중반(춘자는 나이를 굳이 밝혀야겠냐며 따졌지만)이 된 춘자는 “결혼에 구애받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고 독신을 선언한 건 아니다.

좋아하는 남성상을 묻자 “나대는 남자는 싫다”며 싫어하는 것부터 대답하며 “말없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내가 강해보이고 파이팅 넘치니 항상 강한 여자로 본다. 나도 때로는 지치는 여자다.”

춘자가 최근 발표한 신곡 ‘소 프레쉬’는 강렬해보였던 그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상쇄시켜줄 수 있을지도 모를 곡이다. 춘자의 “데뷔 이래 가장 부드러운 노래”이기 때문이다.

‘소 프레쉬’를 들은 춘자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춘자에게 이런 목소리가?’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춘자의 재발견이다.

“노래가 마음에 안 들어 처음엔 안 부르겠다고 버텼는데, 막상 녹음을 해보니 나에게 필요한 노래더라. 녹음도 1시간 30분 만에 끝날 정도로 궁합도 잘 맞았다. 내 목소리는 평범한 노래도 ‘센’ 노래로 만드는 ‘힘’이 있는데, 이번 노래를 통해 달라졌다.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가수 춘자. 사진제공|가온엔터테인먼트
가수 춘자. 사진제공|가온엔터테인먼트

춘자는 이번 신곡을 녹음하며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는 것을 발견했다는 ‘자극이다.

그 자극은 ‘초심’을 가져다줬고 “연습생처럼 새벽까지 열심히” 이번 음반 활동을 준비했다.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도 갖게 됐다.

“결혼보다 지금은 일이 좋다”는 춘자가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디제잉이다.

약 18년 전 DJ를 시작했던 춘자는 가수 활동 하느라 중단했던 DJ를 5년 전부터 다시 시작했다. 작년부터 각종 음악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DJ를 다시 하면서 에너지가 넘친다. 요즘 하루 6~7시간씩 디제잉 연습을 한다. 요즘 기계가 상당히 발전돼 다루는 법을 익히고, 믹싱 연습도 하면서 DJ 후배들을 가르치다보면 하루가 짧다. 전국의 클럽, 대학, 음악축제 등 여러 무대를 다니면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행복한 ‘현재’를 살아가는 춘자는 ‘현재’와 똑같은 ‘미래’를 소망하고 있었다.

“처음 데뷔할 때부터 빡빡머리에 보드카 한 병을 들고 있을지라도 음악만 좋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외국에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훌륭한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는 나이가 들면 밀려나는 분위기가 있다. 나와 같은 색깔을 가진 가수는 한국에 없다. 나만의 독보적인 색깔이 있으니, 좋은 음악만 있다면 오래도록 대중 앞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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