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학살 희생자 525명으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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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사회, 유혈 시위진압 규탄
무슬림형제단 “2200여명 사망” 주장… 英 카메라기자 등 언론인 3명도 숨져
엘바라데이, 부통령직 자진 사퇴

이집트 군경이 14일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소 525명이 숨지고 3717명이 다쳤다고 이집트 과도정부가 15일 공식 발표했다. 2년 전 군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냈던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악의 유혈 참사다. 야권 지도자 출신으로 과도정부에 합류했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사진)은 이번 작전에 반발해 자진 사퇴했다. 국제사회도 이집트 과도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집트 보건부 무함마드 파탈라 대변인은 이날 “시위대 최대 집결지인 라비아 알아다위야 광장에서 최소 202명이 숨지는 등 군경의 해산 작전으로 발생한 사망자가 525명에 이른다”며 “사망자 가운데 43명은 경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측 발표와 달리 무르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2200여 명이 숨지고 1만 명 이상이 다쳤다”며 “다친 사람 가운데 총상으로 인한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군인들이 무장 차량을 타고 들이닥쳐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를 시작했다”며 “당시 무르시 지지자들은 고립된 채 속수무책으로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가 시신을 140구까지 세다가 그만둘 정도로 참혹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보건부 집계가 축소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 스카이뉴스 카메라 기자 등 언론인 3명도 이집트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경의 작전 직후 사임 의사를 밝힌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아들리 만수르 과도정부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혈사태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폭력과 테러를 옹호하는 극단주의자들”이라며 “충돌을 종식시킬 평화적 방법과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낼 해결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동의하지 않은 결정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일을 더는 감내할 수 없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집트 3대 세력인 군(軍·군부) 성(聖·이슬람 세력) 속(俗·자유주의 세력) 가운데 세속·자유주의(야권)를 대표하는 엘바라데이가 부통령에서 사퇴함에 따라 과도정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지냈고, 2005년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그가 사퇴하면서 과도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중재’ 역할에 머물렀던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도 주목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집트 당국이 시위대와의 대화 대신 폭력을 택했다”고 비난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15일 자국 주재 이집트대사를 불러 전날 유혈사태와 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했다. 터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까지 요구하며 “국제사회가 ‘대학살’을 중단시킬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정오 기도에 앞서 이집트 유혈사태를 언급하며 평화와 대화, 화해를 촉구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집트#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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