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쿵푸팬더와 춤을, 슈렉과 아침 식사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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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셰러턴호텔 ‘드림웍스 익스피리언스’ 가족 관광객 몰려

다 큰 어른들이 아이처럼 웃었다. 손 흔들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옆에 선 자녀들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걸 눈치 챈 아이들은 안달이 났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손을 뻗었다. 마음이 급한 듯했다. “엄마 아빠, 나도 보고 싶단 말이야. 나부터 보게 해 줘.”

무엇이 이렇게 어른들과 아이들의 넋을 한꺼번에 빼 놨을까. 주인공은 미국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와 ‘슈렉’, ‘마다가스카’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었다. 이들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호텔 로비에 갑자기 나타나 흥겨운 박자의 음악에 맞춰 행진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캐릭터들과 함께 웃고 환호했다. 이달 6일 마카오의 셰러턴호텔 로비 풍경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쇼는 가족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호텔의 전략이다. 여기엔 마카오 소재 호텔의 고민이 숨어있다. 마카오는 오래도록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최근 종합 휴양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지 변신이 쉽지는 않은 편이다. ‘마카오 하면 도박’이란 인식이 너무 강하게 박혀 있어서다. 마카오는 돈과 쾌락을 찾는 관광객들에겐 ‘천국’이지만 자녀가 있는 가족 관광객에겐 방문을 한 번쯤 망설이게 하는 곳이었다.

이런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마카오 셰러턴호텔은 어른과 아이들에게 모두 친근한 드림웍스의 캐릭터들을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드림웍스 익스피리언스’는 올해 여름 이 호텔 홍보 전략의 중심이다.

새 홍보 전략은 꽤 효과적이다. 중국 광저우에서 온 후이양(41), 류위신 씨(38) 부부는 “일곱 살짜리 아들이 정말 좋아한다. 30분 동안 쿵푸팬더를 쫓아다니는데 지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말하는 부부 이마에도 땀이 맺혀 있었다. 이리저리 뛰는 아들을 잡느라 부부도 함께 달린 까닭이다.

12세 딸과 함께 온 영국 관광객 토니 롭슨 씨(50)는 “딸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슈렉과 사진도 함께 찍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 놀이동산에 온 듯한 경쾌한 분위기였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한 프로그램은 꽤 다양하다. 아침 뷔페 식사시간, 식당 앞엔 아침식사(Breakfast)가 아니라 ‘슈렉퍼스트(Shrekfast)’란 간판이 붙는다. 슈렉과 함께하는 아침식사란 뜻이다. 슈렉과 피오나는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장난을 친다. 쿵푸팬더는 무술 동작을 선보이고 마다가스카의 동물 캐릭터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댄다. 어린이들은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호텔 측은 객실을 캐릭터 벽지와 인형으로 꾸몄다. 어린이 수영장 근처도 캐릭터 이미지로 가득 채웠다. 로비 한쪽에선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과자를 나눠준다.

마카오 셰러턴호텔의 크리스티나 채 홍보담당 이사는 “가족을 위한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 카지노가 중심인 기존 마카오 호텔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꽤 성공적이다. 가족 단위 손님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 이사는 “아직 멀었다”며 “종합 휴양도시로서 마카오의 발전은 이제 시작이다. 언젠가 마카오 하면 도박이 아닌 가족이 떠오르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담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출발은 나쁘지 않은 듯했다. ‘드림웍스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은 다음 달 말까지 계속된다. 호텔 측은 이후에도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마카오=박창규 채널A 기자 n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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