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고작 2시간 교육 후 도로주행, 옆자리 앉은 강사들도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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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15일 07시 00분


■ 현장강사·검정원이 말하는 운전교육 실태

검정원들도 “대신 핸들 잡아줄 수도 없고…” 고충

“강사들도 겁난다.”

경기도 A운전전문학원에서 15년 이상 기능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45)씨는 “현행 2시간 장내교육시간만으로는 사실상 도로운전이 어렵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간 교육생이 클러치와 가속페달을 구분하지 못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장내교육시간이 2시간이라고 하지만 정작 차량을 운행하는 시간은 1시간 남짓. 교육생들은 학원 내 연습장에서 1시간가량 차량을 운행해보고 도로주행에 나선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이씨는 “강사가 동승했을 때는 그나마 낫다. 개인 차량으로 도로주행연습을 하다 가로수를 들이받거나 상가 건물로 돌진하는 사고를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운전이 미숙한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차선 변경이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지만 초보자들은 겁이 나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뒤 차량에게 받히는 사고를 당하고도 미안한 경우가 많다. 항의 클랙슨은 애교수준. 이씨는 “다른 차량 운전자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는 것은 다반사”라고 했다.

운전면허시험 감독관인 전OO(54) 검정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강사들은 운전자가 위급할 경우 대신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잡아줄 수 있지만 시험관인 검정원은 그럴 수 없다. 시험차량이 중앙선을 넘거나 인도로 뛰어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할 때는 아찔하다. 적색 신호가 켜졌는데도 교차로로 돌진할 때는 옆에서 브레이크를 대신 밟아준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수험생으로부터 “내가 해결할 수 있었다”라는 항의를 듣기 일쑤다.

전씨는 “출근할 때마다 아내로부터 ‘몸조심하라’는 말을 듣는다”며 “제발 교육제도가 개선되어 교육생들이 충분히 사전교육을 받고 운전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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