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끼리 싸우던 LG, 올해는 상대팀과 싸우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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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팀 단장-선수들 이구동성
김기태 감독-주장 이병규 리더십… ‘모래알 팀’ 추슬러 ‘단결 팀’ 만들어

LG의 신바람이 멈출 줄을 모른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관심을 모은 13, 14일 경기에서 LG는 삼성과 1승1패를 기록하며 선두 삼성과의 승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

LG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시즌 전 예상은 하위권이었다. 극적인 LG의 반전을 이끈 것은 무엇일까. 10년 넘게 LG를 주변에서 지켜본 ‘업계’ 종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도권 팀의 A 단장은 “예전 LG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팀이었다. 선수와 감독이 반목하고, 선수들끼리도 뭉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LG는 상대팀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A 단장은 김기태 감독과 주장 이병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김 감독이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있다. 감독의 의중을 선수들이 잘 파악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고참 이병규가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여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B 해설위원은 손주인과 현재윤, 최경철, 권용관 등 새로운 전력 가세를 LG 상승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B 위원은 “야구란 게 그렇다. 7의 전력에 3이 더해지면 10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15 내지 20으로 나타난다. 새로 수혈된 선수들이 취약한 포지션을 잘 메워주면서 전력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트레이드로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손주인은 2루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SK에서 방출된 뒤 LG로 돌아온 ‘권병장’ 권용관도 13일 경기에서 3회 쐐기 3점 홈런을 치는 등 베테랑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다.

프로야구 여러 팀의 사령탑을 맡았던 C 감독은 “LG는 원래부터 공격력이 좋은 팀이었다. 투수진이 일찍 무너지면서 괜찮았던 공격력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투수진이 버텨주면서 LG 특유의 공격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벌 팀의 D 선수는 한층 탄탄해진 LG의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예전 LG는 결정적인 순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대량 득점은 상대팀의 실책 없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올해 LG는 유격수 오지환이 안정적인 수비를 보이면서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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