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도 나가 떨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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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등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경매물건 늘고 낙찰가율 하락
감정가 27억 매물, 18억에 낙찰… 압구정동은 5년새 6배로 늘어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124동 1703호. 198m²(전용면적)의 널찍한 크기에 감정평가액만 26억5000만 원인 고급 아파트지만 6월 경매법정에 처음 등장해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차례 유찰된 끝에 최저 경매가는 16억9600만 원으로 떨어진 상태. 21일 다시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지만 낙찰될지는 불투명하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부자동네’ 아파트들도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2008, 2009년에 지어진 새 아파트인 데다 학군도 좋아 큰 인기를 끌었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자이’ 경매물건이 지난해의 배 이상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경매시장에서 대량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아파트는 명성과는 달리 경매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등 ‘콧대’가 꺾인 모습이다.

○ 강남 랜드마크 아파트도 ‘불황’에는 속수무책

부동산 경매정보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단 4건 경매됐던 ‘반포 자이’,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의 경매 물건은 올 들어 9건이나 된다. 이들 아파트는 84m²의 매매가가 12억∼14억 원 선으로 강남에서도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신흥 대표 부자 아파트. 그러나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에도 투자자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9건 중 주인을 찾은 6건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0.6%로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77.9%)을 살짝 웃도는 수준. 하반기 들어 낙찰가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전용면적 217m²의 ‘반포 자이’ 117동 2401호는 감정가만 27억 원에 달했지만 몇 차례의 유찰 끝에 7월 9일 감정가의 70%인 18억7737만 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압구정동이 흔들린 지는 좀 됐다. 압구정동은 1976년 개발돼 현대, 한양 총 24개 단지 1만355채가 입주한 한강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 이제는 노후화돼 반포 재건축아파트의 인기에 밀리고 있으나 한때는 3.3m²당 평균 매매가가 40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었다.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매진행 건수는 지난해 78건으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13건)보다 무려 6배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벌써 지난해의 절반 이상인 41건에 달하고 있다. 평균 응찰자수는 5.2명으로 지난해(5.9명)보다도 감소했다. 2007년 91.3%에 달했던 낙찰가율도 지난해 72.9%까지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 81.8%로 간신히 80%를 넘겼다.

○ 세제개편 움직임에 고가아파트 매력 떨어져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장기불황에 고액 자산가들마저 견디지 못하면서 경매 물건이 쏟아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압구정동 경매 물건이 늘기 시작했고 올해는 강남의 신흥부촌인 반포에서도 심심치 않게 경매 물건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이름값’을 못하는 이유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졌기 때문.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된 데다 정부는 주택 보유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축소돼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세제 변화가 고가주택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부촌#부자동네#랜드마크#세제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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