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장이 깊은 맛 내듯… 천천히 뜨고 오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로트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젊은 세대 위주의 방송 프로그램이 늘다 보니 상대적으로 트로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줄었다. 신인 트로트 가수들에게 ‘전국노래자랑’은 ‘꿈의 무대’로 불린다. KBS 제공
젊은 세대 위주의 방송 프로그램이 늘다 보니 상대적으로 트로트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줄었다. 신인 트로트 가수들에게 ‘전국노래자랑’은 ‘꿈의 무대’로 불린다. KBS 제공
#1 트로트 가수 홍진영(28)은 지난해 말 소속사를 키이스트로 옮겼다. 이 회사는 배용준 김수현 임수정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 홍진영의 전 소속사는 걸그룹 ‘티아라’가 있는 코어콘텐츠미디어였다. 걸그룹 지망생이던 그에게 당시 권창현 이사(현 키이스트 음반사업본부 대표)가 “트로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홍진영은 이후 1년간 트로트 곡의 창법과 안무 교습을 받았고 2009년 ‘사랑의 배터리’로 데뷔했다. 이 곡은 발라드와 댄스가요로 숱한 히트곡을 낸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강은경이 만들었다.

#2 1980년 시작한 KBS ‘전국노래자랑’은 현재 방송 중인 오디션 및 가요 프로그램을 통틀어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올해 7월 시청률이 15.3%다. 그 뒤를 잇는 프로그램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보이는 KBS ‘가요무대’. 반면 지상파 3사의 최신가요 프로그램 시청률은 3∼4%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사례는 ‘낡은 음악’으로 치부되는 트로트가 현재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요무대’ 연출을 맡고 있는 양동일 KBS PD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이 들면서 트로트의 맛을 알겠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트로트 선호층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들의 데뷔나 활동 패턴은 다른 장르의 가수들과 많이 다르다. 아이돌 가수가 기획사 오디션으로 선발되는 것과 달리 트로트 가수들은 지방에서 열리는 300여 개 가요제와 경연대회를 통해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김원찬 대한가수협회 사무총장은 “전체 가수의 4분의 1 정도가 트로트 가수”라며 “트로트 쪽은 데뷔가 쉬워 경쟁이 심하다”고 했다.

트로트 가수의 수입은 지방행사 출연이 큰 몫을 차지한다. 스타급은 회당 500만∼1000만 원 안팎의 행사비를 받지만 이들은 전체 가수 중 20∼30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지방행사와 지역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지명도가 높아지면 중장년층 청취자가 많은 라디오와 지상파의 아침 방송, ‘전국노래자랑’의 초대가수로 출연한다.

한 신인 가수는 “현재 트로트 가수가 설 무대는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뿐이다. 그중 가요무대는 유명한 가수들이 등장하는 트로트 가수의 ‘나가수’ 같은 방송이고, 신인들은 주로 ‘전국노래자랑’을 노리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번 ‘뜨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트로트의 특징이다. 트로트 걸그룹 오로라의 매니저인 이대옥 하이스타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아이돌 가수는 3, 4개월 안에 뜨지 못하면 실패라고 보지만 트로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뒤에 곡이 알려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노래방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로트 인기곡은 대부분 5년 전에 나온 곡들이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지만 2000년대 들어 장윤정이 인기를 얻으며 인우기획(장윤정 박현빈), 박라인엔터테인먼트(박상철 박구윤) 등 트로트 가수 전문 기획사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트로트는 히트를 할 경우 노래방 저작권료와 함께 선거 로고송으로 얻는 저작권 수입이 상당해 인기 작사가, 작곡가들도 관심이 높다. 한 트로트 관계자는 “약 22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후보 4, 5명이 나와 경쟁을 벌이면 절반이 ‘무조건’ ‘어머나’ 같은 곡을 쓰고 싶어 한다. 작곡가는 후보당 50만∼100만 원 정도를 받는데, 큰 수입이 된다”고 말했다.

구가인·최고야 기자 comedy9@donga.com     
차정윤 인턴기자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4년
#트로트 가수#아이돌 가수#시청률#지방행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