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부풀리기로 젊은이의 실망감 키워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 부처가 새로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 수를 모두 합치면 255만 개에 이른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새 일자리 목표(238만1000개)보다 17만 개가량 많다. 지난 10년간 63∼64% 수준이었던 고용률을 5년 만에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까지 일자리 64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기술 인력에 법률 및 행정 종사자, 문화 예술 스포츠 전문직, 금융 사무원까지 포함시킨 숫자다. 법무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등 다른 부처도 일자리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를 빼놓을 리 없다. 중복 계산이다. 자연증가분을 마치 정책 효과에서 비롯된 것처럼 바꾸거나, 이미 발표한 것을 새로운 것처럼 다시 포장하는 일도 많다.

일자리 정책은 현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다. 고용률 70%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치로 제시한 공약으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대책이 없다 보니 숫자 부풀리기 유혹에 빠진다. 사후 검증이 어렵다는 점도 부풀리기를 부채질한다.

당국자들이 의욕적으로 목표치를 높여 잡는 것을 꼬투리 잡자는 것이 아니다. 적정한 목표를 세워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야지,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무리한 목표를 세워 실패할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의 747(성장률 7%, 4만 달러 국민소득, 세계 7위 경제대국) 공약,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약속에서 보듯 과도한 목표는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에게 상실감만 안겨주게 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정부보다는 민간이다. 정부는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각 부처의 일자리 정책 추진 상황을 격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진행 상황만 챙길 일이 아니다. 모호하거나 겹치는 것은 솎아내고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자원 외교처럼 급격하게 거품이 꺼져 논란을 빚는 일이 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과시할 목적으로 정책 목표를 뻥튀기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근혜#일자리#고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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