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매력… 디지털, WP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 2억5000만달러에 워싱턴포스트 인수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제프 베조스 씨에게 팔렸다는 내용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5일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제프 베조스 씨에게 팔렸다는 내용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홈페이지.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워터게이트 사건 등 수많은 특종을 보도한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5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씨에게 매각됐다.

베조스 씨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미국 정치사의 산증인인 WP를 2억5000만 달러(약 2789억 원)에 인수해 기쁘다”고 밝혔다. WP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포스트, 베조스에게 팔리다’라는 기사에서 “미 정치와 정책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WP는 아마존에 매각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에는 WP 종이신문과 웹사이트, 인쇄시설 등이 포함됐지만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 본사 건물 등은 제외됐다. 베조스 씨와 WP 측은 “이번 인수는 베조스 개인 자격에서 이뤄진 것으로 아마존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신문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인터넷 기업인이 올드미디어 유력 일간지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은 “디지털 기업에 의한 최초의 일간지 인수”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최고의 신문이 인터넷 업계에 팔리면서도 사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 언론 대부분은 ‘폭탄선언’ ‘벼락충격’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WP는 발행 부수에서 5위권에 머물지만 영향력과 신뢰도에서는 뉴욕타임스와 쌍벽을 이룬다. 특히 백악관 행정부 의회 법원 등에 수십 명의 기자를 파견해 물샐 틈 없는 취재로 정치 정책 보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진보 색채가 뚜렷한 뉴욕타임스와 달리 WP는 사회 정치 이슈는 진보적, 안보 경제 이슈는 보수적으로 시각의 균형을 맞추는 중립적 논조로 오피니언 리더의 필독 신문이 됐다.

1877년 창간된 WP는 평범한 지역 신문이었으나 1963년 ‘여걸(女傑)’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이 취임하면서 최고의 신문으로 성장했다. 1971년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과정을 폭로한 펜타곤 페이퍼,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기자가 1년 넘게 파고든 워터게이트 사건은 심층보도의 정석으로 평가받는다. WP는 언론계 최고 영예인 퓰리처상 47회 수상에 빛나며 특히 2008년 7개의 퓰리처상을 휩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보스턴글로브에서 마틴 배런 편집장을 영입한 뒤 국가안보국(NSA) 기밀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WP를 매각하게 된 것은 신문업계 전반의 불황과 디지털 기술의 부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WP는 판매부수 감소와 광고수입 부진으로 최근 7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올 2분기(3∼6월) 매출 10억 달러, 순이익 447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신문사업에서 148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신문 발행부수는 7%가 줄어 현재 하루 평균 43만 부 수준이다. 주가는 2004년 대비 43%나 떨어진 상태다. 한때 1000명을 넘었던 편집국 인원은 현재 630명으로 줄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일찌감치 뛰어든 온라인신문 사업에서 WP는 25위권으로 크게 뒤지고 있다.

베조스 씨는 “인수 후에도 워싱턴포스트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고 인력감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매각 후 모회사인 워싱턴포스트 컴퍼니는 사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미디어전문 블로그인 뉴소서를 운영하는 앨런 머터 편집장은 “인터넷 개척자인 아마존에 인수됨에 따라 WP의 디지털 사업이 크게 보강될 것”이라며 미디어업계 전반의 큰 변화를 예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워싱턴포스트#아마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