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1토막 난 마늘값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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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농가 “거래 끊겨 내다 버릴 판”… 정부 4만9000t 시중 공급 중단

지난달 초 경남 창녕군에서 마늘을 수확한 김모 씨(63)는 최근 잠이 안 온다. 지난해 공판장에서 kg당 4000원에 육박했던 마늘값이 최근 140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3만3000m²(약 1만 평)의 밭에 마늘을 재배해 2000만 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김 씨는 “마늘에서 곧 싹이 트기 시작하면 통째로 내다버려야 할 수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마늘값이 지난해의 절반 아래로 폭락해 마늘 농가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의 마늘 공판장인 창녕군 이방농협 공판장에서 지난달 31일 대서마늘이 kg당 145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2일(1811원)보다 19.9% 하락한 것. 같은 기간 창녕농협 공판장에서 거래된 남도마늘도 kg당 2449원에서 1921원으로 21.6%나 떨어졌다.

거래도 뜸해졌다. 손성호 이방농협 조합장은 “지난해까지 ‘밭떼기’를 하던 마늘 가공업체들이 올해엔 마늘값이 더 떨어질 걸로 보고 아직 주문조차 안 한다”고 전했다.

마늘값 폭락은 올해 국내 마늘 생산량이 41만2000t으로 지난해(33만9000t)보다 21.5%나 증가한 영향이 크다. ha당 마늘 생산량도 1405kg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53년 만에 최대치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 5, 6월에 비가 덜 오는 등 마늘농사의 여건이 좋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중국의 마늘 풍년으로 값싼 중국산 마늘 수입이 지난해(2만8000t)의 1.7배인 4만7000t으로 늘어나 가격을 더 끌어내렸다. 반면 마늘 소비는 김치를 덜 먹는 추세와 맞물려 감소 추세다. 한국인 1인당 마늘 소비량은 2012년에 7.9kg으로 2000년(10.6kg)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올해 8만6000t의 마늘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보고 4만9000t을 시중에 풀지 않고 보관하는 한편 소비촉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늘생산자협의회 측은 “정부 직접수매량이 1만5000t에 그치고 마늘소비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도 어려워 마늘값 안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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