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플러스] 에너지 드링크,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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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일 07시 00분


■ 그라운드 불어닥친 ‘에너지 사채’

순간 집중력 높이기 위해 선수들 쉽게 이용
일부선수 호흡 곤란·울렁거림 증세 등 호소
“금지 약물 아니지만 선수들 복용 의도 위험”


일명 ‘에너지 사채’로 알려진 에너지 드링크가 야구선수에게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수험생이나 밤 새워 일하는 사람들이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를 애용하는 것은 순간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력은 그대로인데 카페인으로 정신력을 끌어올리다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순간 집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야구선수에게 에너지 드링크는 양날의 칼이다. 효험은 있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에너지 드링크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고들이 프로야구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 에너지 드링크의 부작용 사례

얼마 전 지방 A구단의 B선수가 경기 초반 갑자기 교체된 일이 있었다. 구단에선 교체사유를 달리 알렸지만, 에너지 드링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 드링크의 효능보다 맛 자체가 좋아서 즐겨 마시던 B선수는 이날도 별 생각 없이 몇 캔이나 들이켰는데 경기 도중 울렁거리는 증세가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로 A구단에선 감독의 지시로 에너지 드링크 복용 금지령이 떨어졌다. 또 불펜투수인 C는 강판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잠시나마 구단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체질, 날씨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에너지 드링크도 원인일 수 있었다. C선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만 마셔야겠다”고 말했다.

● 에너지 드링크와 도핑

그러나 야구선수들에게 집중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은’ 힘이다. 지방 D구단과 수도권 E구단은 아예 드러내놓고 에너지 드링크를 복용한다. 부작용보다 효능이 우선이라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약물에 정통한 야구계 관계자는 1일 “에너지 드링크는 도핑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에너지 드링크의 성분 자체가 금지약물은 아니다. 그러나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선수들의 목적은 도핑 정신에 저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분 자체는 괜찮아도 집중력을 올리기 위해 특정약물을 집중적으로 복용하는 의도는 위법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선수가 “(도핑을 목적으로)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적이 없다”고 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의 힘에 의존해 경기력을 높이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국내야구계도 느껴야 될 때가 온 것 또한 현실인 듯하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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