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재영]“공사감독은 감리업체 몫”… 연이은 人災에도 “책임없다”는 서울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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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사회부 기자
김재영 사회부 기자
“책임감리제로 진행된 공사여서 관리감독을 감리업체에 일임했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가 일어난 지 보름 만에 강서구 방화대교 옆 고가도로 램프 붕괴사고로 2명이 사망했는데도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의 해명은 판박이다.

책임감리제는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의 부정부패, 전문성 부족 때문에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간업체에 관리감독을 맡기는 제도다. 1994년 도입돼 나름의 순기능을 해왔지만 공무원들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의 해명이 틀린 건 아니다. 서울시의 말대로 건설기술관리법상 공무원이 감리회사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고 주된 책임은 감리회사에 있으며, 감시회사를 지도할 수 있는 권한만 시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도’는 제대로 했을까. 노량진 사고 당일 오전 상수도사업본부는 감리단장에게 ‘현장 점검’을 지시한 뒤 유선으로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은 게 전부였다. 노량진 사고 이후 서울시는 대형 공사장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방화대교 현장도 포함됐지만 전문가들은 빼놓고 실무 공무원들이 현장을 둘러보는 수준이었다. 사실상 ‘수박 겉핥기’식 안전점검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짚어볼 문제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설계 부분은 구조 계산을 해봐야 하는데 기술직 공무원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돼 있다. 책임감리제 이후 20년 동안 현장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이전 선배들에 비해 역량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사고 당시 시공사인 천호건설은 사실상 부도 상태였다. 이번 공사의 시공사인 금광기업은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의무보험인 건설공사보험을 연장하지 않아 무보험 상태였지만 서울시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모든 책임을 서울시에 돌릴 수는 없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도시안전본부(2급)를 도시안전실(1급)로 격상하고, 도시안전 분야 예산을 늘리는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 또 방화대교 공사는 2005년, 노량진 공사는 2011년 9월에 시작됐다. 모두 박 시장 취임 전이다.

그러나 주택건축으로 치면 발주처는 집주인이다. 집주인이 서울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들을 계기로 공사설계부터 시공, 관리체계에 이르기까지 문제점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소중한 소를 잃었지만 부서진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김재영 사회부 기자 redoot@donga.com
#책임감리제#감리업체#방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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