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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사랑하는 ‘푸른 나무’들 “세대 간 가교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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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사랑하는 ‘푸른 나무’들 “세대 간 가교 될래요”

동아일보입력 2013-08-01 03:00수정 2013-08-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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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잡지 ‘뿌리깊은 나무’ 읽는 1980년대생 젊은이들 모임
지난달 30일 밤 서울 성북동 ‘초록옥상’에 모인 1980년대생들이 ‘뿌리깊은 나무’ 전권을 펼쳐 놓고 함께 읽고 있다. 왼쪽부터 조선종 강수영 김선문 씨, 20대 그래픽디자이너, 정슬아 씨.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뿌리깊은 나무’가) 하던 일을 다만 떠도는 전설로 내버려둘 것이냐, 아니면 다시 오늘로 불러내어 더 새로운 일을 하도록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이, 이제 우리 같은 뒷사람들이 오래 되새기며 풀어야 할 일로 남았다.” -2008년 출간된 단행본 ‘특집! 한창기’(창비) 중에서

1980년 잡지 ‘뿌리깊은 나무’(이하 ‘뿌리’)의 신군부 강제 폐간 이후 태어난 1980년대생 젊은이들이 다시 옛 잡지를 꺼내들었다. 7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서울 성북구 성북동 38만 원짜리 월세 방에 자리한 대안문화공간 ‘초록옥상’에 6, 7명이 모여 돌아가며 낭독을 하고 토론도 한다.

7월 30일 저녁엔 김선문(29·출판기획자) 조선종(28·대학생) 강수영(27·대학생) 정슬아 씨(25·전직 비행기 운항관리사),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20대 그래픽디자이너까지 5명이 모였다. 책상 위에는 1976년 3월 창간호부터 1980년 8월 폐간호까지 ‘뿌리’ 53권 전권이 올라와 있었다. 헌책 냄새가 솔솔 나는 30여 년 묵은 잡지다.

잡지는 김선문 씨가 구했다. 김 씨는 2009년 출판사에서 일하며 ‘뿌리’를 처음 접했다. 발행인 고 한창기 선생의 삶이나 ‘뿌리’를 다룬 책을 읽으며 잡지 전권을 구해 읽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뿌리’를 찾기 시작해 인터넷 중고 판매 글을 역추적한 끝에 6개월 만에 전권을 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한 선생이 일생 동안 만든 잡지를 읽고 나도 한번 하나에 미쳐 보자”며 페이스북에 ‘뿌리’ 읽기 모임을 제안하자 뜻있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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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잡지가 재미있을까. ‘선데이 서울’ 같은 성인잡지도 아닌데…. 조 씨는 “창간호에 백해무익한 담배를 국민 상대로 파는 국가를 질타하는 글이 나온다. 30년이 지난 오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 담배를 팔아 돈 버는 국가는 그대로다”라며 “반면 흡연자의 권리가 위축된 모습을 보면서 변하지 않는 것과 바뀌어 가는 것을 찾아가는 작업이 재밌다”고 말했다. 강 씨도 “아파트 사는 사람이 아파트를 흉보고 살아도 되는가 묻는 대목이 나온다”며 “과거에 비춰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했다. 정 씨는 “지금 모습을 미래에 보면 어떨까 자주 생각한다. 하나를 선택할 때 30년 뒤 미래에서 보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년배들은 취업 공부에 바쁜데 불안감은 없을까. 현대예술 전공인 조 씨는 “발행인처럼 돈 안 되는 일을 돈 되게 하고 싶다”며 “파격적인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선보인 잡지처럼 새롭고 진취적인 작업을 앞으로 펼쳐 볼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뿌리’를 읽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작업을 꿈꾸고 있다. 읽기를 마치면 ‘뿌리’에 등장했던 인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인터넷에 올릴 계획이다. 5월 문을 연 초록옥상 공간에서 최근 홍익대 뮤지션을 초대해 마을 어르신을 모시고 공연도 열었다. 김 씨는 “나이 드신 분들을 그냥 떠나보내는 건 많이 아쉽다. 뿌리를 기반으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콘텐츠를 많이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문의 sunmoonceo@gmail.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뿌리깊은 나무#1980년 잡지#초록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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