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토종 CRO+글로벌 제약사 협력… 5대 임상 국가로 발돋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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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임상시험 국제적 인정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승인한 건수는 10배가량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303건이던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20년 약 1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신약 개발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임상시험 관련 규정을 세계적인 추세로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내 및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나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임상시험 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자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임상시험 수탁대행기관(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과 협력해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CRO는 제약기업이 효율적인 임상시험 연구를 위해 아웃소싱하는 기업으로 시험기관 선정, 임상시험계획서 개발, 시험의 승인자료 제출 및 승인 등을 맡고 있다.

최근 국내 CRO 업체인 LSK 글로벌 PS(이하 LSK)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신약 연구기구인 코러스(CHORUS)팀의 공동 프로젝트사로 선정됐다. 현재 LSK는 폐암과 위암 신약후보물질의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릴리는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으로 효율적인 국내 임상 시험 진행을 위한 현지 파트너를 찾아왔다. 이런 가운데 LSK는 다국적 CRO들을 제치고 일라이 릴리의 최종 CRO로 선정됐다. LSK 관계자는 “국내 토종 CRO의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시험의 국제 경쟁력의 지표가 되는 초기 1상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임상시험은 비임상, 1상, 2상, 3상에 걸쳐 진행되는데, 1상 임상 연구는 신약물질을 인간에게 처음으로 투여하는 단계로 각종 변수가 다양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까다롭다. 그만큼 2, 3상 임상보다 많은 노력과 기술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초기 임상을 많이 진행하면 약물개발 경험과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비롯해 한국 환자에게 보다 적합한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약물질을 해외에서 임상이 가능하도록 초석을 다질 수 있다.

LSK는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수준의 데이터 관리 능력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국내 CRO는 모니터링이나 허가대행 등 일정 분야로만 역할이 한정돼 있었지만 일라이 릴리와 LSK는 이례적으로 데이터 관리부터 통계분석까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영작 LSK 대표이사는 “임상연구 경험이 많은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에 필요한 기술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안전성 관리 등의 역할과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번 사례가 국내 CRO 기업들의 수준을 높이고, 보다 많은 글로벌 임상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실시하는 1상 다국가 임상시험의 파트너로 서울대병원을 선택했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도 2011년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와 ‘C형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 임상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앞서 노바티스는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의 신약연구개발 투자 및 생명과학분야 교류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초기 임상연구 협력을 위한 국내 연구진의 참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약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 제약사의 본사가 집중돼 있는 유럽에선 CRO 시장이 2011년에서 2018년까지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임상시험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세계 5대 임상 국가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토종 CRO와 수십 년 이상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은 혁신신약 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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